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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사관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원래 대사관에서 보고싶어한 사람은 미디어몽구였습니다. 몽구님이 혼자는 부담스러우니 다른 블로거도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서 저도 함께 자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대사관에서 몽구님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몽구님에 의하면 처음 메일을 받았을 때 진짠가 싶어 흘렸는데 이후에도 몇번 더 메일이 와서 답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와 몽구 미대사관 정무담당팀의 일등, 이등서기관과 보좌관 3명이 7월 28일 시청광장 앞에 있는 웨스틴조선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습니다. 일등서기관이 질문하면 보좌관이 통역을 했습니다. 교포로 보이는 이등서기관은 보조적인 질문을 했는데 한국말에 능숙해서 통역이 필요 없었습니다. 일등서기관은 첫 대면에서 한국말로 인사한 이후엔 영어로만 얘기했습니다.

시작하기 전 미대사관 인터뷰의 취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한국 내의 각계의 사람들로부터 사회적 이슈와 트렌드에 대한 의견을 듣는 인터뷰로 여기서 나온 의견들은 정책에도 반영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상호 의견도 교류할 수 있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교류'라는 말을 했지만 사실은 일방적인 정보수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준비된 팀과 그에 초이스되어 나온 사람들 간의 만남이 동등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연어가 흘러가는 강물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는 것처럼 한쪽 방향으로 일방적인 접촉이라도 단절된 것보다는 낫습니다. 역으로 나는 질문과 반응을 통해 그들이 우리에 대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정보로 볼 때 그들이 길목에서 연어를 잡는 곰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통과해서 뒤쪽으로 가야하는 연어입니다. 우리 중 일부는 캐취되고 다른 일부는 그들의 배후를 살필 수 있습니다.

먼저 미대사관 관계자들은 몽구님처럼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1인 미디어들이 어떻게 취재현장을 고르고 찾아다니는지 궁금해했습니다. 몽구님은 자신의 경우 취재현장에서 기자들과 친해져 취재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네티즌들이 궁금해하는 이슈를 찾아 취재한다고 답했습니다. 옆에서 몽구님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2008년 부산촛불을 취재했던 것도 당시 인터넷에서 제2의 도시인 부산의 촛불열기를 궁금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블로거의 취재는 언론사와 같은 팩트보도가 아니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응원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몽구님이 자신의 취재에 보여준 네티즌들의 호응을 부연해서 설명했습니다.

어떤 질문에서 노무현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노무현을 먼저 물은 건 아닌데 하다보니 결국 노무현에 대한 얘기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현재의 한국정치를 이해하려면 노무현을 알아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정치계에서 노무현은 비주류일지 모르지마 인터넷은 노무현이 주류입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의 정치적 성향은 친노가 압도적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왜 사람들이 노무현에 그렇게 열광하냐는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두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그가 재임 중 보여준 정치철학입니다. 이전까지 정치를 지배자의 일로만 알았던 국민에게 노무현은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면서 정치는 시민의 일임을 깨우치려 했습니다. 

두번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그의 입지전적이고 드라마틱한 삶입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판사, 다시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을 대변하는 인권 변호사, 지역주의에 맞서는 정치인,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대통령, 사상 초유의 탄핵, 고향으로 내려간 최초의 대통령, 정치보복에 맞선 자결까지 이 모든 드라마들이 노무현이라는 단 한 사람에게서 나왔습니다.  

노무현이 한국 사회에서 강력한 정치적 구심점이 되었다는 말도 해주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은 지역의 20%를 가지고 대권을 쥐는 형태였는데 노무현 이후 친노명함이 지역 못지않은 정치적 구심점 역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주요 선거에서 노무현의 이름을 걸고나와 20%를 차지한 후 50%까지 확대를 고민하는 선거전략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미대사관 관계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입지전적인 삶만으로 그런 노무현 추모열기가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입지전적인 삶만으로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면 현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도 국민들이 좋아했을 것이라며 노무현에 대한 국민적 열기는 그가 보여준 정치철학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뭔가 소통이 약간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옆에 있던 이등서기관이 분위기를 감지하고 자살에 대한 서양과 동양의 인식 차에 대해 얘기해주었습니다. 서양에서 자살은 당당하지 못한 행위라고 합니다. 반면 동양에서 자결은 자신의 결백이나 의지를 보이는 최후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주변 사람이 자신 때문에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은 자결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해주었지만 미대사관 관계자의 표정은 개운치 않아보였습니다.

대사관 관계자가 차기 대권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누굴 말해줄까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쪽에서 먼저 혹시 '안희정'이냐고 물었습니다. 아닐 거라며 도지사 2년 만에 관두고 나오면 여론이 안좋기 때문에 그러기는 힘들거라고 했습니다. 현재로선 야권에서 유시민과 한명숙이 가장 유력하다고 했습니다. 말하기도 전에 꺼낸 걸로 보아 미국에서 안희정을 주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미국은 한국의 다음 대선이 40-50대의 젊은 기수의 대결이 될 거라고 보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 후반부 쯤 천안함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내가 눈을 반짝거리며 하고 싶었던 얘기라며 의자를 땡겨 앉았습니다. 그러자 미대사관 관계자가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통역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며 물었습니다. 그에게 천안함 침몰에서 나타난 인터넷의 반미여론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80년대 5공화국 시절 반미는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전두환 군대의 이동을 허락했다는 의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현재 트위터와 인터넷에서 천안함침몰을 두고 80년대와 유사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의심이 나오면서 반미여론이 잠시 일기도 했습니다. 이지스함과 인공위성으로 한국의 서해를 구석구석 볼 수 있고 마침 같은 시간 훈련까지 벌여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했을 미국이 계속해서 오류가 드러나 망신을 사고 있는 한국군과 정부의 보고서에만 의존한다는 것을 인터넷에선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여론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미대사관 관계자가 그냥 듣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저었습니다. 자신들이 받아본 한국측의 정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 공개된 정보는 그런 자세한 정보까지 공개되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했습니다. 한국 측의 천안함 보고서는 납득하지만 그 정보를 다루는 방법은 자신들도 조금 아쉽다고 했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좀 더 하고 싶었는데 이등서기관이 시계를 가리키며 일등서기관에게 뭔가를 알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등서기관이 우리에게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습니다. 몽구님은 대사관의 인원과 규모에 대해 물었습니다. 저는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중에 필요한 자료를 부탁해도 되냐고 물었습니다. 물론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한 번 더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어집니다. 블로거나 트위터 간담회를 하면 어떨까 생각도 듭니다. 물어보랄 때 그걸 물어봐야 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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