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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 피프빌리지에서 10월10일 바디페인팅 행사가 열렸습니다. 피프빌리지의 한 천막 안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길래 뭔가 싶어 들여다 보다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어린 시절 먼 외국의 희안한 일로만 여겼던, 바로 그 바디페인팅을 구경하는 행운을 안게 되었습니다.

이 행사가 신기한 건 나뿐만 아니죠. 뜻밖의 구경거리를 만난 사람들은 신기해하다는 표정으로 모델들의 몸에 페인팅이 되는 걸 지켜봤습니다. 카메라들이 모델의 몸을 포위한 카메라의 샷타 소리가 연신 울려댔습니다. 




그런데 행사장 분위기가 좀 어색했습니다. 남자들은 폼을 잡고 서있는데 여자 모델들은 부끄러워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모델들이 저러고 있으니 구경하는 사람은 못 볼 걸 보는 것 같아 민망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페인팅도 퍼포먼스의 한 부분인데 여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퍼포먼스에 몰입될리 없습니다. 저렇게 얼굴 가린채 바디페인팅하고 마는 걸까? 차라리 가면이라도 쓰고 했었더라면. 퍼포먼스도 없이 그냥 자신의 몸을 페인팅으 도화지로 제공하는 여자모델들의 모습이 좀 안스러웠습니다.

여자모델들이 좀 더 당당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성중심의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선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생각도 교차했습니다. 아직 길거리에서 담배피는 여자에 대한 시선도 따가운 나라에서 바디페인팅은 여자로선 진짜 곤욕일 것입니다. 온 몸을 차도르로 두르는 이슬람 여성과 모피 반대 누드 시위하는 서구여성 사이에 놓인 게 한국여성의 현실입니다.




피프에서 본 바디페인팅, 싫어하는 여성의 몸을 억지로 벗기는 것 같아 참 어색한 행사였습니다. 이건 얼굴을 가린 모델들이 아니라 행사를 기획한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바디페인팅을 하려고 했다면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야 합니다. 아직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는 한국에서 바디페인팅은 몸의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각오가 있고 모델들에게 그걸 충분히 이해시킨 다음에야 가능한 것일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모델들을 좀 더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각오와 이해, 보호도 없이 서구의 당당한 몸의 문화를 따라할려니 어색한 장면만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이날 행사는 한국사회에서 벗은 몸에 대한 거부감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바디페인팅을 볼거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생각만으로 덤비면 피프처럼 어색한 장면만 연출될 뿐입니다. 한국에서 바디페인팅은 문화적인 의지도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한국 사회에 당당한 몸의 문화를 보여주겠다는각오와 행사에 참여한 모델들에게 그런 자부심을 심어준 다음에 진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 생각엔 유명 연예인 한 분이 나서서 바디페인팅 한다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한국사회으 몸의 문화도 좀 더 발전할거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또 바디페인팅 행사를 추진하는 분들 이 점 고려해서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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