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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부산 해운대에 있는 김정길전행자부장관의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김정길전장관은 노무현대통령과 함께 지역주의에 맞선 정치인으로 유명합니다. 노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어오신 분으로서 노대통령서거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길전장관에게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전장관의 얘기를 듣던 중 인터넷에 이슈가 되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있었던 한 에피소드의 재밌는 내막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기자가 당시 체육회장이었던 김정길전장관과 노무현대통령, 김정일위원장 3자 간에 오가는 대화를 촬영했는데 이 동영상이 김정길의 굴욕(과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굴욕도 과욕도 아니라는 김정길전장관에게 들은 그때의 사연은 이랬습니다.


 


남북한 간에 합의서 서명이 이루어지고 정상회담의 마지막날 백화원 영빈관에서 환송 오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한체육회회장이었던 김정길전장관에게 합의문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노무현대통령과 로게위원장에게까지 부탁했던 남북단일팀이 합의문에 없었던 겁니다. 합의문에는 대신 남북응원단만 나와있었습니다.

남북응원단이라는 합의문이 알송달송했던 김정길전장관은 먼저 노무현대통령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남북응원단만 가고 단일팀은 가지 못하는 거냐는 질문에 노무현대통령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자신은 단일팀이 가는 걸로 알고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합의문에 사인을 했지만 노무현대통령도 그 사항까진 챙기지 못했습니다.(아니면 모른 척 하고 김정일위원장에게 던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무현대통령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정길전장관은 이번엔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김정일위원장에게 다가갔습니다. 다시 김위원장에게 단일팀 여부를 재차 물었습니다. 김정일위원장은 "그리 보고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위원장의 확인을 들은 김정길전장관이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위원장에게 "지시만 주시면 된다"면서 단일팀 결정의 재고를 부탁한 것입니다. 김정길전장관은 좀처럼 김정일위원장 앞을 떠날 기세가 아니었습니다.

한겨레에 기사에 의하면 이때 김위원장이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나서 김정일위원장은 단호한 표정으로 "난 안된다고 보고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장면이 그대로 한겨레기자에 의해 촬영되어 김정길의 굴욕(과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뜨게 된 것입니다.

김정길체육회장의 과욕? 굴욕?(한겨레)

김정길전장관은 남북합의서 직전까지 단일팀이 되는 걸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래에서 보고를 잘못해서 안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김정일위원장에게 확인과 다짐을 받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장면은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은 우리 측 수행인사 중에 김정길전장관처럼 김위원장과 그렇게 깊이있는(?) 대화를나눈 사람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김정길전장관의 말에 의하면 당시 같이 밥먹는 사람들이 김위원장을 어려워했다고 합니다. 김정길전장관이 단일팀 얘기를 계속 꺼내자 김위원장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제지하는 기색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정길전장관은 그런 분위기에 신경쓰지않고 체육회장으로서 할만한 말을 했던 것입니다.

김전장관이 그냥 들이댄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전에 나름 윤활유도 발라두었다고 합니다. 김정길전장관의 말을 직접 옮기면 이렇습니다.

위원장님 나는 위원장님하고 이름이 딱 한자 밖에 안틀립니다. 농담을 던졌지. 위원장님은 김정일이고 나는 김정길입니다. 허허 웃더라고. 그래놓고 인자 내가 그거를 물었단 말이야. 그래가지고 노대통령이 옆에서 단일팀하자 우리가 북한 원하는대로 다하겠다고 하니까...



김정길전장관이 전하는 그때의 에피소드를 동영상에 담아봤습니다. 김정길전장관은 잰채하지 않는 말투에다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씁니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 얘기가 실리니까 저 높은 곳에 있는 사람들 얘기가 아니라 이웃집 집안행사 소식 전해듣는 느낌입니다. ^^ 직접 들어보십시오.





* 김정길전자관은 3당 합당 당시 민자당 행을 거부하고 노무현대통령과 함께 민주당을 지킨 정치인입니다. 김장관은 그 이후로 5번의 선거를 모두 부산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출마하며 지역주의타파의 소신을 지켰습니다. 물론 지역주의 벽에 가로막혀 한번도 당선되진 못했습니다.

* 2008년초 중국의 객원교수로 있었던 김정길전장관은 노대통령 서거 후 급히 돌아와 현재는 부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아래 중앙이 김정길전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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