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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걸님의 기사를 내보내고 나서 약 열 통이 넘는 메일을 받았다. 모두 약속한 듯 똑같은 내용이었다. 아일랜드걸님께 해외취업에 관해 물어볼 게 있는데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다들 간절한 듯했다. 본명과 사연까지 밝히기도 하고 어떤 분은 해외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신 외에 몇 분 더 같이 기다리고 있다며 메일주소를 꼭 좀 부탁한다고 했다.  


그중 한 분께 한 일간지의 인터뷰를 부탁했다. 냉소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봤자 바뀔 건 절대 없다면서 한시라도 이 나라를 뜨는 게 상책이라며 인터뷰를 거부 했다. 섭섭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 분에게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도록 상처를 준 이 나라의 노동현실에 더 분노가 치밀었다. 한국에 돌아가기 두렵다는 아일랜드걸님, 한국에서 떠나고 싶다는 메일을 주신 분들, 그들의 깊은 상처가 아물 방법을 한국에선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선뜻 그들을 부르거나 말릴 수 없다. 그저 노동하기 좋은 땅에 가서 한국에서 받은 상처가 잘 아물길 바랄 뿐이다.


한국의 노동환경 5편 이번엔 요리업계에서 일하시는 분이다. 아침부터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요리의 꿈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 요리사다. 과연 이런 노동환경을 버텨내야만 요리사로서 성공할 수 있는걸까.  


'일식요리사'님께서 일식요리는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요리를 배운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라 들었는데 어떻게 배우셨습니까.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 했습니다. 아버지가 호텔 제과주방장님이었거든요. 처음엔 광진구청에서 냄비닦기(시다, 막내)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후 여러 가지 음식을 배우기 위해 강남 교보타워사거리, 청담동, 역삼동, 신촌, 을지로입구 등에서 배우고 마지막으로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근무 했습니다.


요리사들의 세계가 우리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다른 직종에 비해 일반인에들겐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혹시 일반인에게 얘기해줄만한 요리사들의 독특한 습성 같은 것이 있습니까.


근무시간이 길고 보수적이기에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리사의 세계는 일반직장과 달리 윗사람에게 음식을 전수 받기 때문에 스승과 제자관계가 많아 철저할 정도로 보수적입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은 고급기술은 배우기 어렵죠. 그리고 일이 끝나고 나서 집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몸에서 비린내, 튀김냄새가 나서 그걸 피한다고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요리사가 많은데 그게 습성이라면 습성이겠죠.


미국 같은 경우는 일본요리사보다 한국 요리사가 많다고 합니다.

스피디하고 회요리를 다루는 것이 일본 못지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식집에 몇 명의 요리사가 일합니까. 큰 일식집과 보통의 일식집이 다를텐데, 경력별 대우와 맡은 일은 어떻지요.


일식집 주방은 날요리 앞주방과 불요리 뒷주방으로 나누어집니다. 그 구성을 아래 표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직함

총주방장(실장)

경력 10년, 가계 운영과 영업 담당하심


사시미다이(부장,과장급)

경력 8년, 회담당

실장님 공백시 보조

초밥다이(대리,과장급)

경력 5년, 초밥을 쥠

사시미다이 보조

초시다(주임,대리급)

경력 3년, 쯔끼모노

초밥다이 보조

야채다이(사원급)

경력 1년, 야채손질, 곤바찌, 디저트

초시다 보조

간데기(부장급)

경력 8년, 뒷주방 전체적인 관리

가끔씩 특별요리

칼판(과장급)

경력 5년, 생선손질

사입 및 재료 관리

칼판시다(주임급)

경력 2년, 생선관리와 재료손질

칼판 보조

와키나비(주임급)

경력 2년, 국물요리 재료 손질 및 만듬

간데기의 보조

시다(사원급)

처음부터, 설거지, 야끼바담당(구리요리)

잔심부름 야채손질

찬모(주임급)

처음부터, 손님에게 제공될 반찬담당

직원들 식사준비

아라이(사원급)

처음부터, 접시닦이

찬모 보조


큰 업장의 경우는 12명이 일하지만 작은 업장의 경우 앞주방 1명 뒷주방 1명 찬모겸 접시닦이 1명입니다. 각 업장마다 인원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합니다.


음식준비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설명 듣고 싶습니다. 구입한 재료가 손님의 상에 나가고 나머지 식당청소까지 순서대로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재료가 들어오기 전에 간단한 육수와 정리를 하고 재료가 들어오면 그때부터 생선을 잡아 앞주방으로 넘기거나 뒷주방서 처리하고 재료를 손질하고 간단한 음식을 만듭니다. 점심장사가 끝나면 소스나 정리등을 하고 1시간 정도 쉽니다. 그후 저녁 때 쓰는 생선은 4시정도에 다시 손질하고 저녁에 쓸 재료를 손질합니다. 일반적으로 오후 9시부터 청소준비를하고 오후 10시30 분까지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냉장고와 주방자재 등을 대청소하고 도마가 나무라 한달에 한번씩 대패로 밀어 씁니다.


잘 가던 음식점의 맛이 바뀌면 손님들끼리 주방장이 바뀌었다고 수군대곤 합니다. 주방장 관리를 잘못해서 음식점이 망하거나 곤란을 겪는 경우를 흔히 보십니까.


잘나가던 음식점의 맛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주방장이 바뀌거나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바뀌어 음식을 제대로 몰라 맛이 바뀔 때, 두 번째, 업주가 원가를 절감하라고 압박을 넣어 재료의 질이나 고가의 재료를 못 쓸 때입니다. 첫째의 경우 그때는 어렵지만 금방 회생할 수 있고 두번째의 경우는 손님들이 실망하여 거의 곧 망합니다. 주방장이 잘못하거나 더 좋은 곳 혹은 가게를 차려서 가게를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업주와의 마찰로 많이 나가는 것 같습니다. 일단 주방장이 바뀌면 단골손님들도 바뀌고 가게분위기도 바뀌어서 업주 입장에서는 별로 않좋아 하지만 업주가 노력하면 회복 가능합니다. 일식집이 프랜차이즈 사업이 힘든 점도 바로 이때문입니다.  


조리사닷컴을 보면 한국요리사의 수준이 높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일식요리사'님이 보기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요리사 수준이 높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발전해서 재료의 참맛과 조미료의 혼합을 많이 다루기에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어느 정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는 게 다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몇 십년을 파고들어 달인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양념조화 음식이기에 특히 조미료 배합에 대해서는 정말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식요리의 경우는 깊이 들어가 가정요리나 지방음식을 빼고는 거의 다 하고 오히려 국내에 맞춘요리도 많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일본요리사보다 한국 요리사가 많다고 합니다. 이유는 월급이 적은 것도 있지만 스피디하고 회요리를 다루는 것이 일본 못지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외에 취업도 많이 나가 있다고 하던데 해외취업나간요리사들은 만족하는 편입니까.


해외취업을 하는 경우는 국내의 요리사의 처우가 낮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경우는 아직도 기술직을 낮게 보기에 외국으로 고급인력이 많이 나가는 겁니다. 예로 우리나라의 경우  주방장이 300만원을 받는다면 미국은 1000만원정도로 기술을 인정합니다. 아무래도 요리를 인정받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싶지요. 하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외국도 사기꾼들이 많아 처음 말한 것과 다르게 봉급이 적거나 비자와 복지에 문제가 많습니다. 한 예로 관광비자로 오면 취업비자로 바꿔준다 해놓고 나몰라라해서 불법 노동자가 되거나 알아주지도 않고 대우도 않해주면서 너무 많은 것을 원합니다. 한식전문 요리사에게 일식요리를 하라고 해서 만들면 왜 맛이 안나냐고 하는데 할말이 없습니다.  


일하다 차가 없어도 택시비도 안 챙겨주면서 어떨 때는 12시30분까지 근무하라고 합니다.


88년 250만원이던 요리사 실장 임금이 지금도 비슷하다고 하는데, 요리사임금이 10년째 안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요리사들이 많이 늘어난 것인가요.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의 임금은 가르쳐 준다는 핑계로 아주 낮은 것 같은데 초봉은 대략 얼마입니까.


어떻게보면 250이라는 월급이 적지 않은데 불평한다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근무시간 12시간 이상이고 한 달에 2일 휴무가 부지기수고 보너스도 없이 경력 10년 넘은 사람이 받는 월급치곤 많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많이 버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건 호텔이나 대기업의 주방장들만 그런 것입니다. 주방장은 거의 평균 200~300정도 벌어갑니다. 임금이 안오르는 이유는 노조가 없다는 게 한몫합니다. 모든 직종에 노조가 있는데 요리사만 노조가 없습니다. 노조가 없으니 한사람의 말로는 바뀌지 않고 한 사람만 바보가 돼는 경우가 많습니다. 월급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요새는 월급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초임은 계속 오르지만 칼판 이상 되면 월급은 88년도의 월급과 많이 비슷합니다. 요리사들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사람구하기는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초봉은 요새100~120정도합니다. 베이커리는 6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베이커리의 경우 이상하게 월급이 적고 근무도 새벽5시부터 시작합니다. 일반 요리사보다 더 힘들죠 "삼순이"를 보고 파티쉐를 많이 동경하셔서 베이커리를 배우다 포기한분 많습니다.


여태까지 겪어보거나 들은 악덕업주의 행태에 대해 얘기해주십시오. 요리사들간에 그런 업주에 대한 정보교환이나 대응은 없습니까.


잠시 그런 업소를 겪은 적 있습니다. 한달에 3번 쉬고 10시30분까지 근무라 해놓고 새벽2시까지 영업하더군요. 그러면서 조금 더 도와 달라고 합니다. 일하다 차가 없어도 택시비도 안 챙겨주면서 어떨 때는 12시30분까지 근무하라고 합니다. 그럼 아침 출근은 9시정도인데 몇 시간은 근무합니까? 그래서 일주일만에 그만두었죠. 그리고 들은 얘기로는 월급을 항상 늦게 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주인은 돈이 없어서 그런다며 해외여행 다니고 명품 사며 돈을 뿌리고 다닙니다. 악덕업주들은 줄 돈은 늦게 주고 받을 돈은 빨리 받으려는 생각만 하나봅니다. 월급을 늦게 주면 가정이 있는 경우는 미치죠. 물론 장사가 않돼서 어쩔 수 없거나 사장이 양해를 구하며  한 두 번씩 늦으면 이해합니다. 저희도 가게 돌아가는 거 알고 힘들 때는 이해합니다. 그래서 월급을 맨날 늦게 주면 참다 참다 노동청에 신고하고 그만둡니다. 요리사들은 아는 사람들끼리 교류가 많습니다. 조리사닷컴 말고도 인터넷이 발전하여 교류가 많아 어느 가게가 않좋다고 소문이 나면 아는 사람들끼리는 그 가게에 기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은 인터넷이 발전해서 인터넷으로 구인하지만 예전엔 소개로만 취직이 됐죠.


요리사들 꿈은 가게를 장만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일식요리사님은 언제쯤 일식집을 여실 생각입니까. 혹시 요리업계에 환멸을 느껴 떠날 생각은 해보신 적 있습니까. 


가게를 장만하는 게 요리사들 꿈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가게 운영만이 아니라 큰 업장에서 일하며 요리발전을 위해 일하는 분도 많습니다. 저도 가게를 하면 좋지만 지금은 아니고 어느 정도 배우고 자신 있을 때 시작할겁니다. 한 40~50정도를 생각합니다. 떠나려한 적이 없지는 않지만 그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결혼은 하셨는지. 앞으로 결혼 등의 계획은.


현재는 31살이고 결혼한지 1년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더 많이 배워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 인정받는 프랜차이즈사업을 해서 정말 제대로 된 음식을 여러분들께 대접하는게 목적입니다.


이건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양식과 자연산 맛의 차이는 어떤가요.


양식과 자연산의 경우는 쉽게 구별하기 힘듭니다. 생선을 잡기 전에 보면 꼬리, 색깔, 생김새를 보고 구별하지만 사시미로 썰어 놓으면 거의 구별 힘듭니다. 약간의 씹는 감각으로 구별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산의 경우는 영양섭취가 불균형이라 육질이 다를수 있지만 양식은 균형적인 영양을 섭취해 오히려 양식이 영양학적으로 좋다는 기사를 본 적 있습니다.


정부나 노동부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십니까.


요리사라는 직업이 TV에서 보이는 것만큼 화려한 직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거의12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에 일반직장에 비해 좋지 않은 복지에 가끔 환멸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분 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뿐 아니라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의 복지가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일하시는 분들의 인건비가 비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굳이 외국처럼 비싸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일한만큼은 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인재들이 외국으로 나가 우리나라가 노령화국가라 정부에서 출산장려만 하지말구 젊은 사람들에게 살만한 나라를 만들어주면 노령화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노동자 인터뷰 

열심히 일해봤자 배부른 사람 따로 있다 - 건설직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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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회사를 관뒀습니다" - 휴대폰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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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 노동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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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국 사회에 야근이 많은 이유

한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질서

기획력 없는 간부가 야근을 만든다 

노동시간을 줄여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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