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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설치되었지만 중요한 음향장비는 학교로 반입되지 못했습니다. 학교로 들어가는 모든 문엔 교직원들이 촘촘히 막아섰고 경찰은 그 주변에 충돌을 막는다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경찰이 어떤 핑계를 대고 장비의 학교반입을 막을지 몰랐습니다. 전날 오후까지도 성사가 불투명했던 공연이었습니다. 교직원들을 밤샘시키는 학교의 의지로 볼 때 공연이 열리기 힘들지 않느냐는 비관적 견해가 많았습니다. 이런 악조건에서 부산대학생들은 무대장비반입을 성공시키고 추모공연을 성사시킨 것입니다.

삼엄한 학교의 방어망을 뚫기위해 부산대학생들은 작전을 썼습니다. 그 작전이 학교만을 속인 것은 아닙니다. 추모공연을 바라며 졸이는 마음으로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과 취재하는 기자들도 같이 속았습니다. 부산대정문폐쇄사태에서 트릭을 쓴 건 학생 뿐만 아니었습니다. 교직원들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학생을 응원하러 온 시민들과 구별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속게했습니다. 3일 동안 취재하면서 참 많이 속았습니다. 그 속았던 장면 몇개 소개해드립니다.

처음 저를 속인 건 교직원입니다. 7월8일 오후 학교에 들어서니 노대통령 추모프랭카드 아래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모여앉아있었습니다. 장면의 정황상 영락없는 시민들이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벌써 저렇게 모여 학생들을 응원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을 응원하러 온 시민들로 보이는 사람을 보고나니 좀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학교로 올라가는 계단 맨 위에 세사람이 앉아있었는데 그들도 추모프랭카드 앞에 앉은 사람들과 한패(?)라고 단정지었습니다. 들뜬 마음에 그들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학교에서 막는다고 되겠어요? 산성가는 길에서 내리면 되잖아요?" 세 사람이 약간 당황한 듯 하더니 이내 표정 감추었습니다.(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산성으로 차가 가기 힘들고 또 큰 무대장비를 옮기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게 할 바에야 정문에서 내려 들어가는 게 낫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알고보니 정문 근처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직원이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산대학교 교직원과 작전회의를 한 것입니다. 




7월8일 저녁에 교직원들은 교문 안에 위치를 잡았습니다.




학생과 시민들은 이렇게 교문 밖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이 이 위치는 다음날인 7월9일에는 바뀌었습니다. 학생들은 교문 안 교직원이 모였던 자리에서 집회를 하고 교직원은 교문 밖과 근처에 모여앉았습니다. 낮에 교직원과 학생이 무대장비 반입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자리가 바뀌었다고 한 학생이 설명해주었습니다. 지켜보지 않으면 어디가 시민이고 어디가 교직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현장은 헷갈리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7월9일 저녁 상황입니다. 전날 교직원이 자리잡았던 교문 안을 이날은 학생들이 잡았습니다.





교직원들이 이렇게 촘촘하게 막아서는데 어떻게 공연을 열 수 있을까? 부산대총학생회를 찾아가 이 의문을 직접 해결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러다 공연이 무산되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총학생회 관계자느 확실한 대책이 있다고 기대해달라고 얘기했습니다. 어떤 대책인지 얘기해달라고 하니 지금은 말해줄 수 없다면서 자신감을 띤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무언가 대책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뭔지는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7월9일 집회를 알리는 유인물. 그런데 오후 7시에 열린 집회는 트릭이었습니다.





7월 9일 오후 7시 집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집회장 옆에는 무대차량으로부터  빼온 장비를 실어나르기 위한 리어카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트릭입니다.




무대차량이 도착하자 무대차량으로의 접근을 막으려는 교직원과 장비를 빼오려는 학생간의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정말 치열했습니다. 이 상황을 보고 트릭이라고 눈치 챌 사람은 없었습니다. 몸싸움 벌이던 한 학생(또는 시민)은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빨리 내려오라며 비겁한 시민이 되지 말자고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그 소리친 분이 연기인지 같이 속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래는 치열했던 몸싸움 동영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치열한 훼이크. ㅋㅋ






안득균부총학생회장의 연기도 대단했습니다. 모자를 돌려주면 물러나겠다는 경찰이 왜 안물러서냐며 십수번을 따졌습니다. 무대차량에 접근하진 않고 계속 그렇게 시간을 끌었습니다.




마지막 미스테리는 저 무대차량을 운전하시는 분입니다.




제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무대차량 맞냐고? 제가 작전여부를 의심한 건 아닙니다. 기사를 쓰기위한 확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운전자에게 몇마디 멘트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 물은 겁니다. 사실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피곤한 상황에서 대답 안해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예 맞아요" 하며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 차는 작전이 끝나자 아무런 장비도 내리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이 운전자 분 차안에서 혼자 얼마나 낄낄거렸을까요?

참 많이 속았습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고 계속 당했습니다. 하지만 당해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 무대장비는 교직원이 지키는 4개의 출입구가 아닌 비밀출입구로 들어갔습니다. 정문에 신경을 쏟게하고 차를 그 비밀출입구에 대고 물건을 풀은 거죠. 관계자에게 그 비밀출입구가 어니냐고 몇번을 물어봤는데 실쩍이 웃으면서 절대로 안가르쳐 줬습니다. 그러면서 무대장비가 들어간 곳을 아는 기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두둥 부산대학 엑스파일~~


* 부산대 노무현추모공연 모금은 약 4천만원 정도라고 합니다. 서울은 3500만원 정도 걷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산이 서울보다 많이 걷힌 것이 좀 뿌듯하군요. 그래도 공연비에는 좀 모자란다고 하는군요. 추모공연이 신경 써야할 게 정말 한둘이 아니군요. 공연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카페에 있습니다.
http://cafe.daum.net/2009busan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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