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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 퇴임이 이제 한달 정도 남았다. 이쯤 되면 퇴임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때도 되었다. 그러나 재임 5년 동안 정권을 괴롭혔던 소위 '노무현탓'은 차기 대통령이 당선된 지금에도 여전히 수그러들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얼마전 발생한 이천화재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의 인재라며 사건의 수습보다는 이제 사라져가는 정권의 공격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수위의 언론사간부 성향조사에 대해 조선일보는 난데 없이 노무현 정권의 언론사를 다루는 방식에 길들여진 관료의 짓이라는 식으로 인수위의 잘못을 노무현 탓으로 돌리는 기이한 소설을 써대기까지 했다.

이정도니 과연 노무현 때리기가 대통령 퇴임 뒤에라도 없어질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냥 해보는 말이 아니다. 노무현때리기가 퇴임 후에도 계속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만드는 몇가지 정치환경이 머리에 떠오르니 하는 말이다.

먼저 이명박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보수언론과 정권이 노무현탓을 이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나 한나라당이 이천화재와 언론사 성향조사에서 노무현을 비판한 것도 혹시나 새정부 출범 직전에 터진 사건이 민심을 동요시켜 새정권에 부담이 될까 미리 노무현정부에 그 책임 돌려버린 것이다. 이런 행태는 노무현탓에 대한 민심의 역풍이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은 반노정서의 정치적 이익을 최대한 우려먹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정권교체에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는 상황이고 또 이전 정권탓을 하는 정부를 민심이 곱게 봐주지 않을 거란 기대가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스럽진 않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보수언론의 친노세력에 대한 적대감이다. 사실 보수언론의 유일한 적은 친노세력이다. 현실적 정치세력 중 언론개혁을 외치고 실행할 수 있는 이들은 친노가 유일하다. 앞으로 친노가 약화될 확률이 큰 신당은 보수언론과 유착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언론의 인터뷰에 신당관계자들이 많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어쩌면 보수언론을 두고 신당과 한나라당이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신당이 집권하더라도 언론정책은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급변에 의해 친노가 다시 되살아난다면 보수언론에겐 악몽이 될 수 있다. 보수언론의 극렬한 저주를 경험한 친노는 다시 집권한다면 관대한 정권이 아니라 강한 진보정권을 만들어 개혁 드라이브를 보다 강력하게 걸 확률이 크다. 따라서 보수언론이 안심할 수 있는 정치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친노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노무현대통령 퇴임 후에도 친노와 보수언론의 싸움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보수언론의 노무현 때리기도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진보진영의 친노따돌리기도 한 몫할 수 있다. 진보세력은 이번에 정권을 잃은 것에 대해 친노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어한다. 이번 패배를 진보의 패배가 아니라 노무현의 실정으로 돌리고 싶은 맘이 그들은 간절하다. 진보세력은 이러한 염원으로 노무현 때리기에 동참할 수 있다.

친노들은 노무현대통령과 친노가 당장엔 평가받지 못하지만 조만간 올바른 평가가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역사의 평가가 그리 공정한 편은 못된다. 수백년이 지나서야 평가받기도 하고 아직도 평가받지 못하는 정치인도 있다. 노무현과 친노도 역사속에서 사라져간 사람들처럼 기대했던 평가를 받지 못하고 그저 그런 정치인과 세력으로 남을 수 있다. 보수언론과 신당과 진보진영이 합의해서 노무현의 재평가 길을 막고 계속적인 노무현 때리기로 서로가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는 식으로 나간다면 노무현과 친노가 그렇게 기대하던 평가를 당대에 받지 못할 수 있다.

최근 노무현대통령이 줄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역사의 평가를 자신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자신에 대한 그 어떤 우호적 여론도 통제된 상황에 대해 느끼는 착찹한 심정의 반영일 수 있다. 5년을 그렇게 욕 먹으며 장기적 과제에 매달렸는데 남아 있는 정치인생이 현실정치세력의 합의에 의한 때리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참담한 심정이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세력이 꽃놀이패만 든 건 아니다. 노무현 때리기의 압력이 너무 지나치면 친노세력이 튀어오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노무현이 남긴 것 중에 가장 큰 유산은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친노 생활정치인들이다. 아직도 인터넷의 주요한 게시판엔 친노여론이 강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결집력 강하고 또 인터넷 상에선 주류들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때리기가 지금처럼 그리 간단하진 않을거란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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