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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예대상에서 무한도전 팀 전원이 대상을 받을 때 시상식장에선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수상소감 발표 순서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역시 예상대로 소감은 연공서열로 정해졌다. 이럴 때 실랑이는 사실 체면치레다.

박명수가 먼저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뒤이어 정준하가 울먹였다. 다음으로 유력한 대상후보로 거론되었던 유재석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머지 하하와 노홍철 정형돈은 같은 대상 수상자였지만 감히 선배들과 같은 자리에서 소감을 발표하지 못했다.

아래 3인이 마이크를 잡고 떠들기엔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들은 상을 받고 감회에 젖기 보다는 어쩔줄 몰라 눈치 보는 모습이었다. 연예계의 분위기가 선배들 앞에서 데뷔 수년차 막내들이 감히 대상이랍시고 감회에 젖기를 허용할만한 곳은 아닌 것같았다.

대상은 아니지만 상을 하나 받았던 김제동씨는 선배에 대한 예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산은 정복되는 것이 아니라 잠시 정상을 빌려주는 거라면서 자신은 훌륭한 선배들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 어깨를 잠시 빌어 올라가는 것뿐이라는 말로 선배들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흐르게 했다. 발언이 이쯤 되면 아부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김제동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탁재훈은 시상식장에서 항상 웃음을 주던 엔터테이너다. 그래서 그의 수상장면은 사람들을 기대하게 하다. 그랬떤 그가 올해엔 전혀 다른 수상장면을 보여주었다.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탁재훈은 익살맞은 행동과 말대신 온통 감사를 전하는 피디와 선배 등의 이름으로 수상소감을 채웠다.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스런 수상소감이라 미안했던지 원래는 웃길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버렸다는 한마디를 잊지 않았다. 그 말 이후에 그의 감사의 말을 전하는 이름들은 또 이어졌다. 그래도 그 말로 잠깐 웃게했던 게 그나마 다행일까.

탁재훈이 왜 그랬을까. 혹시 이전의 수상장면에서 보여줬던 자유분방한 행동과 말이 주변에서 지적받았던 건 아닐까. 선배나 피디 등 돌봐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가 많이 없다는 등의 얘기가 있었던 건 아닐까.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인사해서 손해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던 걸까.

수상소감을 그들 조직의 질서에 복종하는 충성맹세로 써버리는 연예인들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들에게 상을 준 건 팬들이지 선배나 피디가 아니다.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들이 서비스 해야할 것은 선배나 피디가 아니라 방송을 시청하는 팬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팬은 외면하고 "선배님 튀어서 죄송합니다" "피디님 키워줘서 고맙습니다"라며 조직의 질서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 조직의 형님 동생 끼리는 흐믓했을지 모르나 지켜보는 시청자는 꼭 조폭시상식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 연예인들 당신들이 엔터테이너라면 엔터테이너 답게 시상식을 연출하기 바란다. 형님 선배 제발 부르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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