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고속도로가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짐을 꾸려 동해로 서해로 해운대로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떠났습니다. 그 중에 제주도로 가시는 분들 있죠. 제주도엔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이 있습니다. 그리고 멋진 바다도 4면에 걸쳐있습니다. 피서지로는 최고의 관광지입니다. 제가 아는 분도 어제 온 가족이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아마 지금 쯤 제주도의 산과 바다는 관광객들로 북적일 겁니다. 제주도에 가면 대부분 이런 코스의 관광을 즐기고 있겠죠. 폭포에 가고 테마파트를 들리고 한라산도 하루 오르고 바다에서 회도 먹을 겁니다. 위의 일정은 고등학생들 수학여행일정인데 제주도에 관광차 들리는 사람이라면 저런 일정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좀 아쉽습니다. 제주도엔 아름다운 산과 ..
지난 4월 4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일노동자등반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한일노동자 등반대회는 해마다 양국을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행사인데 올해는 제주도에서 열렸습니다. 한라산을 등반한 다음날 한국과 일본 노동자들은 함께 제주 4.3 유적지를 돌아봤습니다. 제주 4.3 학살에 관해선 신문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접했을 뿐 유적지는 처음입니다. 역시 학살의 현장을 직접 보는 것과 미디어를 통해 전달받는 것은 공명하는 감정의 층위가 달랐습니다. 유적지를 맨눈으로 돌아보면서 한 가지 생각을 확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진 후 대전과 대구를 거쳐 부산으로 수도를 옮겨가던 정부는 8월18일 예비검속자 처형 명령을 전국에 내립니다. 이 명령에 따라 모슬포 경찰서는 8월 2..
제주도 모슬포에 '백조일손지묘'라는 4.3 유적지가 있습니다. '백조일손'은 백 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란 뜻입니다. 4.3 당시 이 지역에서 학살된 사람 149명의 유해를 수습했는데 학살되고 수년이 지나서 대부분의 유해가 구별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시신을 확인할 수 없는 유해 132구를 다 같이 공동 묘역에 안장하면서 백조일손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묘역의 묘비 바로 옆에는 돌 조각이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돌 조각은 과거 묘비의 파편입니다. 132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1959년 묘비를 만들었는데 1961년 6월 15일 5.16 쿠데타세력이 이 묘비를 덩어리 하나 남기지 않고 파괴해 버렸습니다. 잔인하게 학살 당하고도 수년 동안 땅에 묻혀 수습되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군사정권은 묘비..
제주도에서 처음 본 말이다. 제주도에 말이 많다지만 그래도 여긴 한국이다. 많다해도 그리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놈을 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왠걸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니 말이 온사방에 깔렸다. 14년 전 제주도에서 10개월 가까이 생활한 적이 있었다. 그땐 이 정도는 아니었다. 말이 많은 제주도라지만 말을 보려면 좀 찾아봐야 했다. 한라산 중턱 쯤에서 차를 타고가다 좀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말이 해안 가까운 곳에도 있었다. 농가 밭 사이에도 풀 뜯는 말이 천지였다. 보통 농촌에서 볼 수 있는 소보다도 더 많이 보였다. 관광지 근처에도 말들이 긴 밧줄에 묶여서 풀을 뜯고 있었는데, 어찌나 많던지 잔디밭에 쉬러 온 대학생 한 무리가 말똥이 없는 곳을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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