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인데 마땅히 놀거리가 없어 영화관에 갔다. 그런데 영화들이 너무 많아 뭘 봐야할지 모르겠다. 그럼 고민하지 말고 그냥 '국가대표' 처보길 권해드린다. 다보고나면 아마 내가 막말로 권한 것도 고마운줄 아는 '이거뜨라'가 되어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애들은 방학이고 나는 쉬는 날이었는다. 물가로 가자니 일식 뒤부터 날이 너무 시원했다. 아침을 먹으며 고민하다 그냥 영화나 한편 보기로 했다. 방학시즌을 맞아 많은 영화들이 개봉했는데 국산영화도 블록버스터급이 3개나 있었다.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왠지 해운대는 끌리지 않았고 차우는 특이한 웃음의 영화란 말이 있어 나 혼자 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게 '국가대표'였다. 영화 '국가대표는 한마디로 2009년 국가대표 영화라 할 수 있다. 바로 ..
영화잡지 씨네21 지면입니다. 제목 아래 펜으로 체크한 부분에 '스포일러 있습니다.'라는 주의표시가 달려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게시판 영화리뷰에 저런 표시가 있는 걸 가끔 보는데 영화잡지에서는 처음 봅니다. 뒤져보니 130여 페이지의 잡지에서 두 개의 리뷰가 저 스포일러 표시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스포일러 표시는 글이 미덥지 못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당연히 빼야할 스포일러를 제대로 빼지 못해서 독자의 양해를 구하는 리뷰어의 구차한 고백같아 보입니다. 또 양식있는 관객이라면 읽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스포일러표시는 자신의 글이 졸작이라는 걸 알려주는 문구를 스스로 집어넣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리뷰를 쓴다는 건 묘기에 가까운 글쓰기라 할 수 ..
과속스캔들 지대로 웃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틈없이 웃겼다. 몇달 전 개봉한 미쓰홍당무의 경우 웃음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이 영화의 웃음엔 이론이 없을 것 같다. 코미디의 안정성을 미리 확보하고 시작했던 게 주효했다. 영화는 괜히 민망해질 꺼리나 감상에 빠지는 것, 쓸데없는 반전의 싹은 아예 차단했다. 남현수의 첫상대였던 황정남의 엄마는 남현수의 외가집 옆집 누나에서 더 이상 얘기를 만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건 그 누나의 딸이 황정남이라는 것뿐이다. 황정남이 태어나서 황기봉을 낳기까지의 사연은 없다. 나중에 반전이니 뭐니 딴소리 못하도록 아예 황정남이 남현수의 딸이라는 유전자조사 결과에 도장까지 찍어버린다. 뻔한 반전에 관객이 쓸데없이 가슴졸이며 보지않고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환경을 영화..
영화리뷰를 적고나면 꼭 달리는 댓글이 있다. '왜 스포일 있다는 얘길 안했냐?'고 투정하는 댓글이 하나 이상 나타난다. 리뷰에 스포일 여부를 알리는 게 언제부턴가 하나의 에티켓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스포일표시 규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리뷰문화를 잘 모르는 야만인 취급당하고 스포일러(?)도 그들의 질책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러나 스토리를 언급하지 않고 리뷰를 적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토리 언급 없이 쓰는 리뷰는 완성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스토리 없이 리뷰를 적을려면 대략적인 스케치 정도밖에 쓸 수 없는데 이건 리뷰가 아니라 영화소개 쯤 된다고 봐야 한다. 스토리가 없다해서 스포일이 없다고 보는 것도 우습다. 영화에 대한 전체적 감상이나 스케치도 스포일이 될 수 있다. 이야기보다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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