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한 남자가 크레인에 올라갔습니다. 동료들을 위해 이 남자는 땅에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남자의 10살 딸은 자기가 일자리 찾아주겠다며 아빠 내려오라 했습니다. 그러나 딸은 아빠를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남자는 129일 뒤 크레인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습니다. 남자의 동료인 여자는 그날부터 차가운 방에서 자고 차가운 물로 씼었습니다. 크레인 위에서 죽은 동료에 대한 죄책감에 집안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년 전부터 같이 살게 된 여자 후배에겐 미안하다며 전기장판을 던져주었습니다. 지금 여자가 다시 여기에 올랐습니다. 크레인 위 조종실에 이 여자가 있습니다. 크레인에 오른지 오늘로 24일째입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감옥 속 이 얼굴처럼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줍니다. 이름을..
8년 전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노동자 아빠에게 쓴 어느 딸의 편지입니다. 아빠는 그러나 끝내 딸에게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아빠는 2003년 한진중공업 크레인 85호에서 129일 간의 농성 끝에 자살한 김주익 열사입니다. 김주익 열사의 딸 혜민이는 당시 10살이었습니다. 지금 여기 다른 사람이 또 올라가 있습니다. 전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이 해고를 막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올랐습니다. 김진숙 위원은 올라가며 남긴 편지에서 '한진중공업 조합원들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며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우리 조합원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8년 전 김주익 열사는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죽어서라도 투쟁의 광장을 지킬 것이며 조합원의 승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진숙 위원의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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