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0월20일) 신의 아그네스를 봤습니다. 연극이라면 '신의 아그네스'를 떠올릴 정도로 들어왔던 연극입니다. 20년 전부터 그렇게 귀에 못 박히게 들었던 연극을 이제서야 본 것입니다. 듣기는 했는데 본 적이 없으니 이 연극은 항상 제게 의문이었습니다. 왜 이 연극이 그렇게 유명한 걸까? 이 연극으로 윤석화씨는 스타가 되었는데 30여 년 전 당시 TV나 영화도 아닌 연극으로 어떻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 연극을 보고나니 그 의문들이 풀렸습니다. 신의 아그네스는 감동적이었습니다. 끝날 때 쯤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도 느낀 그 눈물은 깊었습니다. 폐부 깊숙이서 밀려오는 눈물에 침샘부터 압통이 느껴졌습니다. 멈추지 않는 눈물에 범벅이 되어 뛰쳐나가는 분도 보였고 앞자리의 몇 ..
단막극 '비오늘 날의 선술집'에서 동팔을 연기한 이도현은 극중에서 동팔의 나이를 묻는 질문에 26이라고 했다. 실제 나이가 궁금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물어봤다. 24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관객들이 짧게 탄성을 질렀다. 생각보다 너무 어리다는 의미였다. 이도현의 나이가 궁금했던 건 연극이 끝난 후에 보여준 모습 때문이었다. 사실 극중에서 밝힌 26도 원래 나이보다 적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극이 끝난후 현실로 돌아온 이도현은 극단에서 막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주 우람차 보이는 그라운드의 운동선수들이 어른들이나 선배들 앞에서 애처럼 보이는 것처럼 이도현도 어린 태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연기가 가신 얼굴에서 앳된 표정과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이도현은 2004년에 극단 새벽에 입단해 올해로 연기생활..
지역 사람들이 지역 연극을 안보는 이유는 뭘까? 연극이 끝나고 가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한 관객이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이 상당히 부담되었다는 얘길했습니다. 배우들은 관객과 눈이 마주치면 기분이 어떻냐는 질문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이 지역 연극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 연극은 관객층이란 게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극이란 게 아주 드문 경험이라서 연극 내용보다는 연극경험 그 자체가 더 강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는 게 지역의 관객들입니다. 어떤 분은 연극을 처음 본다며 솔직하게 말하고는 배우들이 왜 다른 데를 보고 연기하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소극장 실천무대 이성민 대표는 뒷풀이 자리에서 지역 연극의 상황이 더욱 안좋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10개 정도의 지역 극단..
부산의 연극 취재 기획을 시작합니다. 대학로에만 연극이 있고 지역엔 연극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지역민들이 많은 게 한국 연극의 현실입니다. 이 취재 기획을 통해 부산의 연극과 연극인을 알리려고 합니다. 그 첫째 편 "정운찬 총리 무소신 행보 풍자하는 연극을 봤습니다."입니다. 재밌는 연극 한 편 봤습니다. 부산의 극단 새벽이 지난 25일부터 시작한 '우리 시대의 삽화'라는 연극입니다. 연극은 '우리시대를 꿰뚫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4편의 단막극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극단 새벽의 '기획의 말'을 빌자면 "짠한 4컷 만화 같은" 그런 통쾌함을 주는 연극이라고 합니다. 첫 단막극은 자살하려는 한 젊은이와 죽음이 얼마남지 않은 노인의 만남을 그렸습니다. 젊은이는 노인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죽음을 떨쳐내고 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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