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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아이폰과 빙판 옵티머스G

커서 2012. 12. 3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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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아이폰4에서 옵티머스G로 갈아탔습니다. 아이폰4를 쓰면서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2년을 넘게 쓰니 싫증이 났고 또 언제부턴가 어플들이 안드로이부터 먼저 출시되면서 답답함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큰 화면도 부러웠습니다. 2년 전 주변에 아이폰4를 보여줬을 땐 그렇게 큰 폰을 어떻게 쓰냐는 말을 들었는데 큰 화면의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면서 반대로 제 아이폰4의 화면이 상대적으로 작아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실제 안드로이드폰 구매하려고 하니 망설여졌습니다. 2년 전만 해도 국내 스마트폰은 초기 단계라 사용성에 문제가 많았습니다. 인터넷엔 국산 안드로이드 폰 샀다 서비스센터를 수십번 드나들었다는 분통 터뜨리는 경험담이 흔했습니다. 괜히 잘못 샀다 고생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일단 국산 스마트폰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이폰4가 출시된지 2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기술도 많이 개선되었을 것이고 그러니 개통된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압도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판단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데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이폰에 대해 아쉬워 하던 부분에서 분명 옵티머스G는 이점이 있었습니다. 폰의 기본적인 기능이 다양했고 아이폰에서 볼 수 없었던 어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큰 화면은 눈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LTE의 속도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절 만족시킨 것은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부분 외에는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고 불편했습니다.

 

먼저 옵티머스G는 제게 스마트폰멀미를 경험하게 해줬습니다. 아이폰4에서 옵티머스G로 바꾸자마자 갑자기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멀미 현상은 거의 일주일을 갔습니다. 멀미현상은 옵티머스G 화면의 반응성 때문이었습니다. 아이폰4는 인간의 시각과 촉각을 최대한 배려한 화면반응성을 가졌는데 옵티머스G엔 그런 게 없었습니다.

 

아이폰이 대리석이라면 옵티머스G는 빙판이었습니다. 처음 옵티머스G를 만졌을 땐 그 부드러움에 탄성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스마트폰 멀미의 원인이었습니다. 옵티머스G는 너무나 부드러워 화면의 움직임을 사용자가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빙판처럼 조심히 터치 해야 했습니다. 아이폰은 매끄럽지만 그 매끄러움은 대리석 수준입니다. 인간의 중력과 마찰력을 충분히 고려한 화면반응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아이폰은 어플을 터치하면 마치 '팟'하는 소리가 들리는 느낌입니다. 그건 어플이 화면에 뜰 때 인간의 인지반응에 최대한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화면에 뜨는 어플 화면을 시각이 자연스럽게 인지하니까 뇌가 그런 반응에 수반되는 청각을 끄집어내게 됩니다. 옵티머스G 이런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화면이 껌뻑껌뻑 할뿐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참고 쓸만했습니다. 스마트폰멀미는 적응하면 됐고 화면이 미끄러운 건 조심하면 됩니다. 옵티머스G의 진짜 문제는 밧데리였습니다. 산지 두 달도 안된 폰인데 건전지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아침에 백프로 충전하고 출근하면 오전 11시를 못버팁니다. 그냥 놔둬도 밧데리는 줄어듭니다. 저녁에 30% 남은 걸 보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폰이 꺼져있습니다. 10% 남은 건 긴급 상황입니다. 갑자기 전원이 꺼진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화면이 사라집니다.

 

충전속도라도 좋으면 참을만 했을텐데 이건 방전속도보다 더 느립니다. 충전하면서 사용하면 거의 충전이 안되고 좀 무거운 어플 사용하면 밧데리가 오히려 줄어듭니다. 아이폰에선 적어도 충전 중 밧데리 줄어드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정말 급해서 지하철에서 10 분 충전하면 5분 사용하고 꺼집니다. 사용 안해도 몇분 뒤면 꺼지고요. 이러니 외출할 때면 가장 불안한 게 휴대폰입니다. 어디쯤에서 충전하고 쓰는 계획을 미리 짜고 안가면 반드시 몇시간 뒤엔 밧데리 때문에 통화불능이 됩니다.

 

 

 

 

그리고 결정적 결함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심카드가 제거되어 휴대폰을 다시 시작한다는 메시지가 뜹니다. 어떤 날은 괜찮다가 한번 발동이 걸리는 날은 혼자 스스로 꺼지고 켜지는 걸 계속 반복합니다. 이건 도무지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넷 찾아보니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뽑기를 잘못한 걸까요? 서비스센터 가봤습니다. 하드웨어 상의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심카드는 깜빡 잊고 못 물어봤습니다. 당시 자주 있는 현상도 아니라서. 밧데리 등 다른 문제들을 물어봤는데 상담원이 아주 친절하게 대답했지만 제겐 답이 될 수 없었습니다.(상담내용은 상담원 신변보호를 위해서. 조직 생리상 윗 분들은 뭐든 트집을 잡을테니까요) 기기 자체의 문제를 상담원이 해결할 순 없는 노릇이었겠죠.

 

LG가 전사적 자원을 총동원해 만들었다는 회장님폰은 어디 간건가요? 설마 제 손에 있는 이 폰이 그건가요? 옵티머스G는 3년 계약입니다. 약정이 2년 10개월 남았습니다. 참 갑갑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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