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자라는 수원 지동벽화마을
수원화성 앞에'지동'이란 마을이 있습니다.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화성 성곽과 마주하는 이 마을 풍경은 외지인에겐 참 인상적인 볼거리입니다.
이 마을엔 수원화성 말고도 볼거리가 또 있습니다. 바로 벽화입니다.
지동의 골목길은 이런 알록달록 색을 입힌 벽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동의 벽화는 2011년부터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방인에겐 볼거리일지 모르지만 지동 사람들에게 수원화성은 장애물이었습니다.
문화재법에 의해 수원화성 500m 내에는 대규모 개발을 할 수 없습니다.
그때문에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갔고 지동은 점점 낙후되어 갔습니다.
마을은 점점 빛을 잃어갔지만 바로 그 희생 덕분에 수원화성은 큰 건물에 가리지 않은 채 200년 전 위용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수원화성을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만든 건 8할이 지동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지동마을에 뭔가 보답을 해야하는 거 아닐까요?
지동마을의 벽화는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게 그려졌습니다. 문패가 작품이 되고
작품이 진짜 나무로 이어집니다.
작품은 이렇게 사람도 액자처럼 넣어 또 다른 작품을 만듭니다.
전국에 많은 벽화마을이 있지만 지동마을 벽화는 다릅니다.
지동마을의 그림은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수원 사람들이 함께 그리는 벽화입니다.
지동마을 벽화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은 어렵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이도 그릴 정도로.
수원사람이 지동마을을 가꾸어 주는 것, 바로 이게 수원화성을 지켜준 지동마을에 대한 진정한 보답이 아닐까요?
수원 사람들이 함께 그리기 때문에 지동마을 벽화는 만드는 게 아니라 점점 자랍니다. 한 사람이 몽통을 그리면 다른 사람은 발을 그리고 그리고 나중에 오는 사람은 눈을 그리게 됩니다.
이 그림은 다음주 쯤 노란 옥수수알을 터트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림이 자라는 지동마을 바닥에 씨앗처럼 떨어져 있는 물감들입니다.
지동 골목길의 벽화가 다음엔 또 얼마나 자라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