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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11월4일) 경남도민일보 김훤주기자와 함께 그의 책 <습지와 인간>을 들고 소벌(우포) 습지를 하루종일 돌아다녔습니다. 소벌의 물은 토평천에서 쏟아집니다. 오전 10시 쯤 토평천이 소벌로 유입되기 시작하는 창산교에서 시작해서 쪽지벌까지 탐방을 끝내고 개간공적비를 마지막으로 보고나니 시간은 오후 6시였습니다. 

이번에 본 소벌은 몇달 전 경남도민일보에서 주최한 블로거모임에서 수십명이 함께 봤던 그 소벌이 아니었습니다. 습지전문가의 깊이 있는 설명과 함께 습지를 둘러보니 탐방의 재미는 백배천배였습니다. 김훤주기자의 딱 들어맞는 얘기들과 함께하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날 탐방은 소벌을 알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간이었습니다. 8시간의 만남은 소벌과의 관계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제서야 습지와 소벌에 대한 제대로 된 호기심과 궁금증들이 막 생겨났습니다.

그날 저녁에 와서야 내가 우포늪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처음 해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김훤주기자의 <습지와 인간>이란 책을 읽으면서도 습지 관련 검색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소벌을 둘러보고나니 소벌(우포)에 대한 갈증이 더 생겨났습니다. 

우포늪  사이버생태공원

'우포늪'으로 검색하니 창녕군청에서 운영하는 우포늪 사이버체험관이 나왔습니다. 싸이트에는 소벌의 역사적 기원과 생성 원리, 그리고 소벌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싸이트를 둘러보면서 이날 탐방의 여흥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페이지를 발견했습니다. 소벌의 쪽배여행을 소개하는 동영상페이지입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 소벌엔 쪽배가 없습니다. 소벌을 다니는 배는 거룻배입니다.


김훤주기자의 <습지와 인간> 중에서


이전 "쪽배가 아니라 거룻배입니다."라는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쪽배와 거룻배는 전혀 다른 배입니다. 쪽배는 통나무를 파서 만든 배이고 거룻배는 널판지를 이어서 만든 습지에서 주로 사용하는 배입니다. 소벌에서 사용되는 배는 분명 거룻배입니다.




혹시 정말 쪽배가 다니나싶어 사진갤러리를 뒤지다가 이 사진을 찾았습니다. 사진의 배는 거룻배가 확실합니다. 그러나 제목은 쪽배입니다. 창녕군청에서 거룻배를 쪽배로 잘못 쓴 게 분명합니다.

<습지와 인간>이란 책을 보면 알지만 저자인 김훤주기자는 이렇게 습지와 관련된 것들의 이름을 잘못붙이는 것에 몸서리를 칩니다. 우포면 어떻냐는 어느 시인의 말에 머리를 열어보고싶었다며 통탄할 정도입니다.

김훤주기자가 너무 격한 반응일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얘기했지만 문화가 파괴된 공간은 토건족들의 먹잇감입니다. 문화가 사라진 공간을 개발이 메꾸어나가는 것을 볼 때 문화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바로 환경을 파괴하는 짓이 되는 겁니다.

습지와 건강을 주제로 한 람사르총회가 11월4일 끝났습니다. 이번 람사르총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지자체는 창녕군입니다. 창녕군 하면 이제 소벌(우포)과 환경 등의 단어를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이번 행사로 창녕군은 선진환경의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소벌로 지자체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며 한몫 단단히 본 창녕군청이 소벌을 우포라하고 거룻배를 쪽배라 하며 습지의 문화를 파괴하는 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파괴는 습지의 관광지 개발을 위한 사전 파괴작업이 될지도 모릅니다. 

거룻배를 쪽배라 부르는 창녕군청이 습지를 보호하겠다고요? 저는 그말 절대 못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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