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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실력 대통령 따라가는 서울대총학생회

지난 5월5일 서울대총학생회는 소고기문제에 대한 공지를 내놓았습니다. 그 내용을 읽어보다 몇번을 갸우뚱 거렸습니다. 뭔가 뜻이 안맞고 어색한 문장이 많았습니다. 이게 과연 대학교를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내놓은 공지문 맞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얼마나 엉망인지 함 보시죠. 녹색이 공지문원문입니다. 빨간색은 뜻이 통하게 고쳐본 것입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을 야기할 우려가 사회 각지로 확산되면서 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을 야기할 근심이 사회 각지로 확산되면서'

'우려'는 '근심'이나 '걱정'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우려 대신 근심을 써도 말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근심을 넣어보니 문장이 이상합니다.

야기할이란 형용사의 수식이 갑작스럽다는 느낌입니다. 저 경우 앞의 '특히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을 야기할'이란 부분이 '특히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의 형용절로 '우려'를 꾸며야 문장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문법에 정확한 지식이 없어 이 문장의 오류를 딱 꼬집어 내진 못하겠지만 문장의 어색한 느낌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바꾸면 뜻이 좀 통합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야기하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사회 각지로 확산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측은 과거 수입이 제한되었던 30개월 미만 소의 뼈와 30개월 이상 소의 살코기가 허용되면서 광우병 감염 우려가 생겼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 지적이란 단어가 한 문장에 두번 쓰였습니다. 뒤에 '지적'은 그냥 '얘기'라고 쓰면 되는데 조금은 '문어'스런 지적을 두번 중복해가며 쓴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본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그 안전성을 충분히 설명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현재 온전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으로 반증합니다.

⇒ 책임이란 단어가 이 문장에서도 두번 쓰였습니다. 뒤의 '책임'은 빼고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며'라고 쓰는 게 더 좋아보입니다. 안써도 될 단어를 또 쓴 건 왜일까요?

그리고 중문으로 쓴 것도 어색합니다. 앞에서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으면 뒤에선 내각이나 여당, 국민 등의 자세나 입장에 대한 서술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뒤에 이어진 내용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를 덧붙이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쓰면 읽는 사람은 느닷없다는 느낌을 받게됩니다. 이 경우 두개의 문장으로 나누는 게 좋아 보입니다.

본 사안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에서는 국민들에게 그 안전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현재 온전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다는 것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번에 총학생회 홈페이지(we.snu.ac.kr)에 이슈토론방을 개설하였으며 이곳에 좋은 의견을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 이것도 중문의 오류로 보입니다. 그냥 두개의 문장으로 쓰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이번에 총학생회 홈페이지(we.snu.ac.kr)에 이슈토론방을 개설하였습니다. 이곳에 좋은 의견을 많이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이 과정이 또 다른 소통의 과정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 짧은 문장에 '과정'이 두번 나왔습니다. 뒤에 .과정은 안써도 되죠.

'저희는 이 과정이 또 다른 소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러면 깔끔하잖아요.


한편,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저희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학내에도 이와 같은 위험성이 생길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 최악입니다. 분석조차 힘들 정도입니다. 이렇게 바꾸죠.

한편,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저희는 학내에도 이와 같은 위험성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였습니다.



대통령이 국어를 아무렇게나 쓰니까 대학생도 따라하는 건가요? 서울대총학생회 대통령 따라하십니까?

대학교를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내놓는 공지라면 좀 다듬어서 내보내야합니다. 이건 실력의 문제라기보다 성의의 문제로 보입니다. 학생회에서 소고기문제에 대해서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더걸스 초청한다고 시간이 없으셨습니까 서울대총학생회?

* 오후 5월 18일 6시 11분에 추가

서울대총학생회 공지문에서 별 문제를 못 느끼시겠다는 분들을 위해 짧게 정리해드립니다.

일단 2개의 중문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중문으로 만들 수 없는 문장을 엮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오류입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런 문장입니다. "영수는 집에갔고 철수는 착하다." 이거 말 안되죠. 이건 부자연스럽다고 하는 게 아니라 틀렸다고 하는 겁니다. '정부가 책임져라'와 '합의가 미흡하다.'는 중문으로 만들 수 없는 문장입니다. "이번에 식당을 개업했으며 많이들 오세요."라는 문장도 분명 틀린 거죠. 초딩도 이렇게 적지 않습니다. "이슈토론방 개설했으며 좋은 의견 많이 주세요."라는 글이 바로 이런 오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저희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학내에도 이와 같은 위험성이 생길 것을 우려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적한 이 문장은 분석조차 어려울 정도로 자폭한 문장이죠.
 
이렇게 심각한 오류를 여러번 저지르는 공지문 보기도 참 힘듭니다. 거기다 이게 대학교를 대표하는 총학생회 공지문이라니. 정말이지 뻥 찌지 않을 수 없죠. 하바드나 옥스포드 같은 외국의 대학 학생회에서 나온 공지문이 저랬다면 어땠을까요? 참 많이 우습겠죠. 서울대학생회의 이 공지문도 그처럼 웃음거리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서울대총학생회 광우병공지문
http://we.snu.ac.kr/~ch48/bbs/zboard.php?id=jayoo&page=1&sn1=&divpage=2&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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