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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휴학까지 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분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2학년 2학기를 마치고14개월 동안 영어학원과 제과점에서 종일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분은 1년 넘게 일했음에도 3학기의 학자금 대출을 다 갚지 못했습니다. 이분에게 메일의 내용에 대해 좀 더 물어봤습니다.


먼저 학자금 얘기부터 시작해봐야 할 것같습니다. 지금까지 학자금으로 대출받은 금액은 얼마입니까?
 
3학년 1학기 까지는 대출금이 총 1,100만원 정도 됐었어요. 1학년 입학할 당시(2005년)에는 등록금이 270만원 정도 됐었고, 2학년 때에는 등록금이 올라서 300만원 조금 넘었던 것 같아요. 1학년 2학기에 장학금(60만원)을 받아서 그때는 좀 적게 냈었어요. 이중에 제가 갚은 금액은 300만원 정도 됩니다. 지금 남은 대출금 잔액은 800만원 정도 되구요. 지금도 매달 10만원 넘게 갚는 중입니다.

대출 조건은 어떻습니까. 대출 자격에 제한이 있진 않나요?

대출조건은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1학년 때에는 6% 대였고, 2학년 때에는 7% 넘었던 적도 있었구요. 원리금균등상환으로 해서 갚는 중이고, 학자금 대출 받으려면 직전학기 성적이 3.0 넘어야 한다고 들었어요. 부모님이나 학생 본인이 신용불량자일 경우에는 대출받기 어렵다고도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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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부경대 등록금투쟁 때 학교에 걸려있던 걸개



4학년 졸업할 때까지 계속 학자금대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실 것으로 예상하셨는데 졸업할 때까지 학자금대출이 얼마에 이르리라 예상되십니까?

올해 등록금이 340만원이고 내년에도 비슷한 비율로 인상이 된다고 예상한다면, 내년은 한 학기에 360만원 정도 될 것 같아요. 2학년 1,2학기와 3학년 1학기까지 대출금은 다시 800만원을 넘어섰고 (대출금을 계속 갚아오고 있어서 900만원은 안 넘네요.) 내년 4학년 1,2 학기를 대출받아 다니게 되면 1,500만원이 넘을 것 같아요.

대출금을 다 갚으려면 졸업 후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혹시 중간에 다시 휴학하고 학자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 있습니까?

1,500 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냥 편하게 1년에 1,500만원 번다고 생각하면 그 중 절반 정도 떼어서 갚는다고 해도 2년이 걸릴 것 같네요.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 하며 모아둔 돈이 500만원 정도 돼요. 그 돈으로 갚는다면 좀 줄어들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엄마가 되도록이면 앞으로 학자금 대출 받는 금액은 갚아 주신다고는 하셨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근로장학생은 생각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근로장학생은 한달에 10만원 정도 받는 것 같아요. 신청 기간을 제가 잘 몰라서 신청을 못했네요.^^ 그리고 학교에 면학장학금이라고 가정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도 있기는 한데 엄마 이름으로 차가 한 대 있고 작은 가게를 하시니까 아무래도 대상에서 제외될 것 같아서 알아보질 않았어요.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일을 하러 가야하는데 다른 곳에 알바 자리를 구했다고 하고는.. 나가질 않았어요.. 그랬더니 원장님이라는 사람이..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저한테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제가 일을 안 나와서 학원에서 손해 본 게 엄청나니까 다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어요.. 친오빠가 제 이야기를 듣더니 제 전화기를 뺏어서 원장님과 크게 싸웠죠.. 이제 겨우 스물 세살인 여학생이 자기 힘으로 학교 등록금 좀 마련해 보겠다고 힘들게 일했는데 당신들은 근로고용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시급도 1.5배로 주질 않았고, 오히려 동생에게 손해 배상 소송 걸 수도 있다는 협박이나 하냐면서..(처음 받은 메일 중에서)



학원에선 처음에 어떤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까? 처음 약속했던 일과 업무가 많이 차이났습니까?

처음에는 그냥 학생들 시험 감독 및 채점, 재시험 관리, 교재 타이핑 등등 평범한 일이었는데 나중에 상담실로 가서는 그 이전에 했던 일에다가 상담실에서 해야하는 수강생 등록 및 관리, 전화 상담 업무까지 했어요. 게다가 원장님 개인적인 심부름 같은 것들까지도 했는데 저를 제외한 다른 알바생들은 그냥 시험 감독 및 채점, 재시험 감독, 교재 타이핑만 하더라구요. 그게 정말 너무 싫었어요. 같은 시급받고 일하는데 저는 두 배로 힘들었으니까요.ㅠㅠ

학원에서 시급은 얼마받으셨습니까? 연장된 시간에 대해서 야간할증은 아니더라도 기본시급은 정확히 챙겨주었습니까?

시급은 딱 4천원이었고 작은 노트에 일한 시간 기록해 놓으면 그것보고 그대로 입금해주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들어온 적은 없었어요. 대충 제가 계산한 거랑 비슷한 정도로 받았어요.

학원생이 400명이라면 5인 이상 사업장일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상 5인 이상 사업장은 야간할증을 분명히 지급해야 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학원에서 인식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억지로 5인 이하 사업장으로 만들진 않았나요?

5인이상 사업장 맞아요. 제가 일할 때 중등부 선생님, 고등부 선생님, 상담 선생님, 부원장님, 원장님까지 해서 8, 9명이었어요. 5인 사업장 안되게 하려고 선생님들을 자영업자로 신고하는 대신에 월급을 조금 더 많이 준다고 했던 걸 얼핏 들었던 것 같아요. 학원 강사분들도 4대보험 없는 대신에 월급 좀 많이 주니까 오겠다며 자기끼리 말 하는 것 들은 기억도 있구요. 야간 할증 줘야한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어요. 월급 주시는 분이 부원장님이었는데 야간 할증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일 그만둘 때 까지도요.

학원에서 때릴 듯이 행동하신 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원장님이 담당하는 고등부 강의 시간에 필요한 프린트가 있었는데 잊어버려서 좀 늦게 갖다 드렸더니 갑자기 화를 내면서 손을 치켜들더니 머리를 때릴 것 처럼 행동을 취하면서 "아이씨 이걸 진짜" 이러는데 진짜 놀랐어요. 그러면서 저보고 머리에 뭐가 들었냐, 어쩜 그렇게 멍청하냐, 뭐 이런 말도 했구요. 나중에 상담실 안에서 잠깐 저녁 식사를 하셨는데 그 때 자기가 아까는 화가나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시더군요. -_-


거의 매일 학부모님들하고 싸우고, 400명 넘는 학생들 출석 체크를 저 혼자 도맡아서 하고.. 지각하면 집으로 확인 전화 하고, 결석한 학생들 확인 전화하고, 재시험 대상 학생들 학부모님들께 알림 문자 메시지 보내고, 학원에 들어오는 문의 전화는 거의 제가 반 이상 받았고.. 학원의 강의 교재 타이핑,  학생들 수강 등록 등등... 게다가 학원 원장 선생님이 집에서 가져오는 쓰레기도 제가 버렸구요... 간식거리도 제가 사와야 했어요.. 하도 일이 많아서 실수로 사소한 일들 까먹으면 저를 때릴듯이 행동을 하는데.. 정말 기가 찼답니다.(처음 받은 메일 중에서)


학원이라면 학부모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혹시 기억나는 분이나 사건 있습니까?

어떤 어머니께서 자기 딸이 학원에서 안경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확인 해보겠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리고 부원장님께 여쭤보니까 안경을 찾았는데 아이한테 주는 걸 깜빡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 학부모님께 안경 학원에 있으니까 내일 오면 주겠다고 했는데 '일을 뭐 그따위로 하냐'면서 저한테 모든 일을 다 뒤집어 씌우더라구요. 저는 아이가 안경을 잃어버린 줄 몰랐고, 다시 확인하고 연락드린 거라고 했더니 저한테 '안경을 제 때 못 찾아줘서 아이가 내일 학교에서 공부 못하게 되지 않았느냐', '사람 말귀 못 알아 듣냐, 지금 전화 받는 사람 누구냐, 이름이 뭐냐, 뭐 잘났다고 말대꾸냐' 별의 별 소리 다 들었어요. 그래서 그냥 저는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고 집에 오는 길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 학부모님이 원래 중계동 학원가에서 진상 떠는 사람으로 유명했는데 그 일이 있은 뒤에 결국은 대판 싸우고 학원 끊었어요. 남매가 학원을 다녀서 학원비 할인이 되는 건데 상담 선생님이 새로 오신 분이라 실수로 할인을 안 해드렸거든요. 그것 때문에 학원에 찾아와서는 상담 선생님한테 삿대질하고 반말하면서 '니같은 년이 일하는 학원에 오기도 싫다'고 하면서 학원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싸우더니 학원비 환불 받고 나가시더라구요.

시급을 올려달라는 말에 학원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학원장 형편이 어떻습니까? 많이 어렵습니까? 

예전에 공무원으로 보이는 어떤 분이 조사를 나오셔서 원장님 1년 수입이 4억정도 된다고 말하는 것 들었어요. 차도 엔터프라이즈 한 대 있어요. 학원비가 한 사람당 보통 20만원 정도 되니까 350명만 잡아도 한 달에 등록금만 7천만원 정도. 학원 운영비 빼고도 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학원을 확장하겠다면서 자기 재산이 몇 억 있으니까 은행에 9억 정도 대출받고 어떻게 하면 될 것 같다고 뭐 그런 말 했던 기억도 나네요.

학원 아르바이트가 열악한 환경이 많은 편입니까?

제 동생도 영어 학원에서 일했는데 저처럼 고생하면서 일하지는 않았구요. 제가 정말 멍청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ㅠㅠ 오히려 동생이 영어 학원에서 일할 때 여자 알바생들은 편하게 일한다고 저보고 영어학원 알아보라고 해서 일한 거거든요. 거기 일하는 사람들도 저만 빼고는 그냥 그럭저럭 할만 했던 것 같아요. 전 정말 상담실에서 일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제가 상담실 가기 전에 상담 업무 보조하시던 분이 일 힘들다고 약국간다고 거짓말하고 그냥 도망가버렸을까요.

지금도 제과점 아르바이트를 주말마다 계속 하고 계십니까?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와 일을 한다는 게 힘들지 않으십니까?

주말에는 계속 하고 있는데 3학년이다보니까 공부해야할 것도 많아서 4월에는 중간 고사 때문에 2주를 쉬었어요. 그전에는 매주 나가서 일했구요. 솔직히 너무 힘든데, 일 안하면 제가 쓸 돈이 없으니까, 그냥 참고 일 해요. 다만 시간표 짤 때 금요일에는 수업 없게끔 해서 그냥 버티는데. 3월 첫째 주였나, 금요일에 심하게 몸살이 나서 먹은 것도 다 토하고 하루 내내 쓰러져 있었던 그런 날도 있었어요.

제과점 아르바이트는 어떻습니까? 거기는 힘든 점은 없었습니까?

거기는 학원에 비하면 편한 것 같아요. 손님들께 친절하게 응대해주고 접촉 시간도 길지 않으니까요. 가끔씩 빵 구걸하시는 분이나 진짜 이상한 싸이코 손님들도 있는데 그건 가끔씩 있는 일이니까 그냥 참을만 해요. 그냥 평상시에는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좀 바쁠 때 정신이 없는 정도인데 그것도 할만하구요. 미스터리샤퍼라는, 손님을 가장해서 매장 평가하는 제도가 있는데 거기서도 점수가 잘 나온 편이었어요.(평가 내용에 보니까 제가 이달의 친절 직원이라고 써 있었어요.)


졸업해도 졸업장만 있을 뿐이지.. 실력은 형편이 없으니.. 제 자신이 너무 슬픕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눈물이 나네요..ㅠㅠ (중략) 대학교 생활 하면서 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800만원이 넘는 학자금 대출금과.. 초등학생 수준의 중국어 실력 뿐이네요. 제가 학원에 가질 못했어도 스스로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았을텐데.. 알바 생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공부할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처음 받은 메일 중에서)



같은 과 친구들은 어학연수를 언제쯤 다녀옵니까?

친구들은 거의 다 2학년 마치고 1년 휴학해서 다녀왔어요. 보통 1년 정도 공부하고 오구요. 베이징, 다롄, 하얼빈, 칭다오, 상하이 등등 많이 다녀와요. 동기 중에 유학 안 다녀온 학생은 저까지 한 두세명 정도 되는 듯.

어학연수를 다녀온 친구와 중국어 실력에 어느 정도 차이가 납니까?

많이 차이가 나요. 가서 공부 열심히 한 친구는 HSK 10급까지 따구요, 보통은 7, 8급 정도 따는 것 같아요. HSK 10급은 중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이고 토익 점수로 비교하자면 900점대에 맞먹는 점수. HSK 10급이나 11급은 중국인 현지인들도 따기 어렵다고 들었어요. 학교에 중국인 유학생들도 많은데 다녀온 친구들은 어느 정도 일상 회화 가능해요. 저는 뭐 그냥 간단한 인사만 하는 정도. 막상 문장을 만들어서 말하려고 하면 어려워요.^^;;

혹시 대출을 받아서라도 유학을 갔다오겠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지금 학자금 대출 받은 것도 벅차서 다시 대출 받아서 뭘 하겠다는 건 엄두가 나질 않아요. 그리고 유학 경비를 마련할 곳도 없으니. 그리고  전공이 적성에도 잘 안 맞아서 중국어를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요. 오히려 영미권 문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나중에 영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해 봤어요.^^ (졸업하면 스물 여섯이라 취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ㅠㅠ)

그외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십니까?


아무튼 학교 생활 돌이켜 보면 항상 돈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그렇구요. 학자금 대출 금리도 매년 올라서 올 해는 7.8% 까지 올랐잖아요.. 그것도 부담스럽고.ㅎㅎ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항상 막막해요. 아르바이트 하지 않으면 친오빠가 눈치도 막 주거든요. 네가 먹고 사는 건 네가 해결해야지 나이 들어서 무슨 용돈 타서 쓰냐고.

오늘은 그냥 그렇게 지내고, 내일 또 주말이니까 돈 벌러 가야겠어요.ㅎㅎ 뭐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타면 되지 않느냐, 과외하면 되지 않느냐 그러는 사람들도 있는데 요즘 장학금 주는 것도 많이 줄어든데다가, HSK 10급 따오는 학생들도 있으니 저같이 유학은 엄두도 못내는 학생에게 장학금은 꿈이죠. ^^ (1학년 때야 다들 잘 몰랐을 때니까 운이 좋아서 받은 거 같아요.^^) 과외도 저보다 뛰어난 학생들이 많으니 제가 과외 구하려고 해도 힘든게 현실이구요. 예전에 학교 다니면서 과외해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너무 힘들어서 학교 생활과 병행하면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해요.


* 댓글 다시는 분께 말씀 드립니다. 인터뷰 해주신 분께서 분명히 대출 갚고 500만원은 따로 자신을 위해 저축해놓았다고 말했습니다. 대출의 일부를 집에서 갚아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인터뷰 해주신 분은 일부만 갚아나갔습니다. 문제는 저 500만원을 다 합해도 대출금엔 모자란다는 겁니다. 그리고 대출금 갚기 위해 일을 하느라 공부할 여유는 전혀 못가집니다.

분명히 잘못되었죠. 경쟁에서의 최소한의 공정성이라면, 일하면서도 어느 정도 공부하는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일하면서 대학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못됩니다. 공부 관두고 일만해도 등록금 갚아나가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돈 있는 사람만 대학가야 한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는 왜 존재합니까? 돈 있는 놈 잘처먹고 잘 사는 사회에서 무슨 애국이고 나발입니까. 그냥 알아서 처 잘살면 그만이지. 그런 나라라면 그냥 미국이나 일본하고 합방해도 아무 상관없는 거 아닐까요.

당신이 살고 있는 이 곳은 무한 경쟁의 밀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라는 거 대가리에 명심시키시죠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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