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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예고한 홈런 공약

지난해 부산교육청은 청렴도 1위를 달성했다. 이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2014년 부산교육청 청렴도는 17개 교육청 중 16위였다. 부산교육청에 대한 인식과 내부 관행을 3년만에 극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청렴도는 국민권익위에서 교육청 업무와 관련있는 여러 부류의 표본 3만명 중에서 뽑아 조사한다. 이런 조사에서 인위적으로 순위를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 인구 2위 거대도시의 관성을 극복하고 16계단을 끌어올린다는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부산시교육청 청렴도, 3년만에 꼴찌서 1위로


청렴도 1위는 김석준 부산교육감의 핵심공약이다. 그러나 이 공약은 의지와 실행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다. 청렴도 순위는 조사에 응하는 시민들의 응답과 평가기관의 평가에 달려있다. 홈런을 치겠다고 예고하고 홈런을 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실력과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장면2 예고하지 않은 딸의 결혼

2015년 김석준 교육감의 둘째 딸 결혼식이 있었다. 부산시교육청 직원이나 교육계 인사는 물론 비서실 직원들도 이 사실을 몰랐다. 김석준 교육감이 신랑 측에 특별히 양해까지 구하면서 결혼 사실을 철저히 숨겼기 때문이다. 부산교육청에선 공보관 단 한 명만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당시 메르스 사태 비상대응을 위해 교육감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결혼식을 알게 된 것이다. 

두 집안의 친지들이 모이는 결혼식을 주변에서 모르게 치르기란 쉽지 않다. 사돈 측에 양해를 구하고 딸에게 사정을 얘기하고 친척들에게 당부를 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다. 딸의 결혼식까지 이렇게 철저히 숨기는 김석준 교육감의 모습은 부산교육청 직원들에게 메시지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최하위권에서 3년만에 1위로 올라선 부산교육청 청렴도의 극적 변화에 김석준 교육감의 알리지 않은 결혼식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장면3 실천적 혁명

올해부터 부산에서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객관식시험이 없어졌다. 이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파격적 정책에 대한 놀라움과 함께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왔다. 방향은 맞지만 너무 급작스럽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험에 대한 학생들의 적응과 평가의 공정성, 교사 업무의 가중, 익숙하지 않은 서술형시험으로 인한 사교육 활성화 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부산 초등학교, 객관식 시험 없어진다


그러나 부산교육청이 그동안의 도입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러한 목소리는 금새 사라졌다. 이미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현재 서술형 시험은 70% 수준에 이르렀다. 평가도 단순히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아닌 틀린 이유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바꿔 아이들을 시험점수의 부담에서 해방시켰다. 지난해 시범적으로 20개 초등학교에서 객관식시험을 폐지했는데 교사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왔다. 

부산 초등학교 객관식폐지는 혁명적으로 보일뿐 혁명적 정책이 아니다. 단계적 도입, 대안마련, 교사들의 검증을 거치면서 체계적으로 도입을 준비한 정책이다. 부산교육청이 파격적 정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정치적 논쟁을 최소화 하면서 안정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장면4 혁명적 실천

2014년 지방선거 때 언론들이 김석준 교육감에 대해 놀란 게 하나 있다. 김석준 교육감은 선거기간 내내 학교 수업을 단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선거 다음날 당선증 받은 날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강의실에 나와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런 태도는 이전에 치른 4번의 선거에서도 지켜졌다. 심지어 선거운동 기간 중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중간고사 레포트를 왜 내지 않냐고 물어본 일도 있었다고 한다.


김석준 교수 '부산교육감 당선인' 신분으로 수업


지지자들은 후보를 찾았을 것이고 선거캠프 참모들은 닦달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걸 물리치고 꼬박꼬박 수업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수업으로 빠진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더 뛰면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어려웠을 것이다. 선거유세와 함께 본업의 책임을 지킨다는 건 그 어려움으로 볼 때 혁명적인 일이다. 김석준 교육감은 이 혁명을 꾸준히 실천했다. 


#장면5 5년 전 부산교과서의 꿈

"교육자치가 되면 법적으로는 지자체도 교과서를 따로 만들 수 있는데 입시제도 때문에 채택이 쉽진 않겠지만 된다면 제한된 시간이라도 한 학기 몇 시간 정도 부산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서 부산에 대한 역사를 알고, 장점과 단점을 익히고, 부산을 기반으로 해서 커나가고, 떠나더라도 부산에 애정을 가지는 시민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5년 전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던 김석준 교육감을 만났을 때 들은 말이다. 말 그대로 김석준 교육감은 지난해 중학생들을 위한 부산교과서를 만들었다. 일개 블로그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인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렇듯 김석준 교육감은 허투루 하는 말이 하나도 없다. 참고로 부산교과서는 부산시민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어 여유분이 금새 품절되고 말았다. 


부산 진보의 얼굴 김석준이 교육감에 도전하는 이유(2013년 인터뷰)


#장면6 5년 전 교수실과 지금의 교육감 책상

지난해 김석준 교육감을 다시 만났다. 5년 전엔 교수실이었는데 4년이 지난 후엔 교육감 방이었다.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지만 비슷한 풍경이 눈에 하나 들어왔다. 5년 전 본 교수실은 온통 책더미였는데 잘 정돈된 교육감 방에서 유일하게 책더미가 쌓인 곳이 있었다. 바로 교육감 책상이었다.



교수실의 책더미는 김석준 교수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렇다면 김석준 교육감 책상 위의 책더미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건 김석준 교육감이 결제를 빠짐없이 본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다르게 얘기하면 직원들에게 결제를 쉽게 올리지 말라는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장면7 정치적인 교육감이 아닌 정치를 잘하는 교육감

김석준 교육감이 홈런을 친 공약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중학교무상급식이다. 사실 김석준 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이 임기 내에 이루어질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시장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들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부산시의회의장과 부산시장은 김석준 교육감과 함께 손을 잡고 무상급식 전면 시행을 발표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김석준 교육감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인 교육감이 아닌 정치를 잘하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석준 교육감은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는 정책은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정치적 논쟁을 최소화 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소속 시장과 시의회가 부담없이 김석준 교육감의 정책에 함께 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아준 것이다. 그의 말대로 정치적이지 않으면서 정치를 잘한 것이다. 


부산시, 영남 최초로 내년부터 ‘중학교 무상급식’



김석준 교육감의 지난 4년을 물어보면 어떤 점수가 나올까? 질문을 바꿔보자. 만약 지난 4년 김석준 부산교육감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이 질문은 '만약 지금 대통령이 문재인이 아니라면?' 이란 질문과 비슷한 낭패감을 준다. 그만큼 김석준 교육감의 부산교육청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평소의 일관된 행동과 말, 지속적인 소통의 김석준 리더쉽은 문재인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있다. 김석준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한다. 나는 다른 상상을 하고싶지 않다. 그 상상을 글로 쓰고싶지도 않다. 그건 끔찍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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