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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대감을 높인 건 해운대문화회관 건물이었다.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외관은 음악의 전당 같은 느낌을 주어 뭔가 제대로 된 공연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 했다.

 

 

 

 

또 기대감을 높인 건 와인이었다. 관객들은 재즈페스티벌 공연 전후에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입과 코를 적신 은은한 와인향이 몸을 열었고 음악에 보다 싑게 공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연 40분 전인데도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 앞에서 북적였다. 그들의 손엔 붉은 색 와인이 한 잔 씩 들려 있었다. 이들을 이른 시간 공연장으로 이끈 건 바로 와인이다.

 

와인이 공연을 준비하는 의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 미사에선 신부님이 '예수님의 피'를 상징하는 와인의 마신다. 재즈를 듣기 전에 관객들이 '재즈의 피'를 나누어 마신 건 아닐까?

 

 

 

 

공연 전후 와인을 먹는 것이 페스티벌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아니다. 해운대문화회관에선 매달 '재즈 와인에 빠지다'란 이름의 공연이 펼쳐진다. 와인을 마시며 재즈를 즐기는 건 앞선 공연들의 연장선인 것이다.  

 

 

'JAZZ, 와인에 빠지다'는 부산의 유일한 상설 재즈콘서트로 ... 매달 1회씩 진행되며 매 회 다양한 색깔의 국내외 재즈 뮤지션들이 출연하여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고 관객들은 다양한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편안하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공연의 장점입니다. 담배연기 자욱한 클럽 구석에서 졸릴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와인바의 메뉴판을 보며 어지럼증을 느낄  필요도 없이 가족, 연인, 친구, 혼자 또는 여럿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공연 전 와인으로 촉촉히 취하고 재즈 음악과 이야기들로 한번 더 취하는 따뜻한 시간이 준비됩니다. 


재즈페스티벌 팜플릿 중에서

 

 

 

 

시월의 마지막날이자 재즈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인 오늘 공연 팀은 이탈리아에서 온 피아노와 반도네온으로 이루어진 팀이다. 반도네온은 그 유명한 아르헨티나 탱고를 연주할 때 쓰는 악기다.
 
피아노 연주자는 수트핏이 좋은 스마트한 외모의 남자였다. 얼핏 젊고 세련된 교수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도네온 연주자는 단신이었는데 왠지 더 무게감이 느껴졌다. 장인 같은 모습이랄까?



 

반도네온의 격렬한 소리는 듣는 순간 탱고의 정열적인 춤동작을 떠올랐다. 탱고에서 많이 듣던 소리여서 그랬겠지만 연주 동작도 탱고를 연상시킬만큼 격렬했다. 



 

반도네온은 퍼포먼스가 화려한 악기였다. 주름상자를 늘였다 당겼다 하면 마치 음도 그만큼 늘어나고 당겨지는 거 같았다. 연주자는 음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연기하는 것 같았다. 다시 보니 연주자의 얼굴이 연기가 깊은 배우처럼 느껴졌다.


무용수와 두 차례 콜래보레이션이 있었다. 무용수의 몸놀림은 반도네온의 선율을 증폭시켰다. 반도네온의 주름을 폈다 접었다 하며 휘젓는 연주자와 그 연주에 맞춰 몸을 놀리는 무용수가 한 악기를 같이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반도네온은 악마의 악기라고 불릴 정도로 연주가 어려워 전 세계에 일정 수준에 이른 연주자가 200명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팀의 반도네온 연주자는 유럽에서 3명 안에 들어가는 연주자다.

 

쉽게 듣기 힘든 반도네온을 그것도 아주 뛰어난 연주자의 연주로 들었다. 공연 후 제공하는 와인으로 1시간 30분 동안 축제로 달뜬 몸을 달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재즈에 빠지고 재즈는 와인에 빠지고 와인은 우리 몸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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