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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농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몇년째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참다 못한 이들이 농장 사장을 고발했다. 그러자 농장주가 역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신고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미나리농장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재배하고, 초봄에 수확한다. 이들은 한겨울 찬 물에 들어가 얼음장이 된 손발을 놀려가며 수년간 고된 노동일을 해왔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며 녹초가 된 몸을 누인 데는 집도 아닌 농장비닐하우스 시설이었다. 


농장주는 올해 일을 다 마무리 해야 체불임금을 준다고 말했고 이주노동자들은 그 말을 믿고 일했다. 체불임금을 받으면 올해 2월에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농장주는 이주노동자들이 돈 받기 전엔 갈 수 없다고 하자 숙소의 수도를 끊어버렸다. 이주노동자들은 마을에 물을 얻으러 다니면서 버텼다.   





올해 3월 초 이주노동자들은 농장 주변 사람과 중국 동포의 도움으로 임금체불 내용을 진정했다. 그러자 농장주는 10여 일 뒤 이주노동자를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했다. 처음 온 경찰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돈 받고 귀국하라”고 말했다. 농장주는 다시 112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체류자로 신고했고 이주노동자들은 여수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다. 두 달 넘게 구금되었던 이주노동자들은 임금체불이 참작되어 지난 5월 보호일시해제로 간신히 풀려났다. 


외국인보호소에서 풀려난 후 이주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그들을 돕는 시민단체와 함께 집회와 농성을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체불임금은 3명의 임금 6천만원과 퇴직금 천만원 포함해서 총 7천만원이다. 





9월 23일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을 돕는 시민단체가 기장군 기장읍의 한 동네에 모였다. 이 동네에 임금을 체불한 농장주가 살고 있다. 농장주가 살고 있는 동네까지 오게된 건 체불임금에 대해 농장주가 해결의지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동네사람들에게 수차례 양해를 구해가며 집회를 진행했다. 


다행히도 동네사람들은 이주노동자의 사정을 잘 이해해주었다. 집회를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힘내라며 박카스를 사주고 가는 동네사람이 있었다. 집회를 주최한 김그루 이주민과함께 상담실장은 그간 집회에서 동네사람들에게 김밥과 음료수 등을 많이 받았다면서 지난 집회 때는 여고생 30여명이 "체불임금 지급하라"는 구호를 30여 분 간 함께 외쳐주었다고 했다.


집회가 끝날 때 쯤 여자 두 분이 다가왔다. 들고 온 쟁반에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가득 올려져 있었다. 한 잔 한 잔 집회 중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커피는 남을 정도로 많았다. 어떤 분들인지 궁금해 따라가 보았는데 집회 중인 장소에 50여미터 떨어진 곳의 작은 커피숍으로 빈 쟁반을 들고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임금을 체불한 농장주가 사는 동네엔 따뜻한 사람들이 있었다. 동네사람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이 땅에서 당한 일에 미안해하고 베풀고 싶어 했다. 덕분에 이주노동자들이 상처받은 마음을 조금이나마 힐링할 수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일단 이번 추석은 기장읍 동네사람에게 받은 온기로 버티고 다시 힘내서 체불임금을 꼭 받아내 고향에 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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