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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망명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붙은 것은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톡 지인 3000명의 개인정보를 들여다 본 게 밝혀지면서부터다. 카톡 압수수색으로 본인 뿐 아니라 지인들까지 광범위하게 사찰될 수 있다는 사실에 여론은 경악했다. 


여기에 다시 기름을 부은 것은 JTBC 보도였다. JTBC는 카카오톡 법무팀이 자의적으로 메시지를 선별해 수사당국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범죄와 관련된 사항을 사기업이 판단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카카오가 검찰을 대신해 영장 집행을 도왔다는 것에 여론은 분노했다. 


둘 다 심각한 문제다. 노동당 부대표의 경우엔 정당한 법집행이라도 앞으로 영장청구와 집행의 범위에 제한을 두는 식으로 분명한 개선이 필요하다. JTBC 보도는 명백한 불법이기 때문에 카카오는 응당한 법적 댓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카카오와 검경이 강력히 부인하고 JTBC가 한 발 물러나면서 카카오의 메시지 선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을 같이 놓고 보면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두 비판이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으로 본인만 아니라 지인들까지 광범위하게 사찰당하는 게 문제라면 카카오는 메시지를 선별해서 보내야 했다. 그런데 메시지를 선별하면 카카오가 검찰을 대신해 영장을 집행하는 모양이 된다. 이 두가지 비판을 모두 받아들이게 되면 카카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 된다. 


12일엔 전병헌 의원이 카카오가 이용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대화내용을 7일간 보관한 것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대화 내용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로 개인정보는 아니며 국내외 어느 인터넷 서비스도 서버 보관 기간을 따로 명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카카오가 메시지를 저장하는 것은 이용자의 편의와 수사 등의 공적인 이유도 있다. 메시지 저장은 과거 이동통신사들도 고민했던 것으로 카카오는 대체로 그들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카카오의 메시지 저장은 취약한 보안의 원흉으로 몰렸고 이젠 급기야 불법으로 낙인찍히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카카오에 대한 공격이 마녀사냥 단계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사이버망명 사태에서 카카오가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비판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뚜렸하지가 않다. 비판에 대해 다른 대응이 가능했어야 하는데 아무리 들여다 봐도 법집행 앞에 놓인 카카오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여론의 실체없는 윽박에 카카오의 무조건적인 사죄만 오가고 있.


만약 검찰의 영장이 집회가 아닌 실종자 관련 수사였다면 어땠을까? 카카오가 그걸 거부했다면 오히려 거센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카카오가 법원의 영장을 구분해서 선별적 대응을 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 노동당 부대표의 영장엔 저항하고 실종자 수사는 협력하는 식의 영장 대응은 있을 수 없다. 이건 그 전에 법적 시스템이 해결해야할 문제로 카카오가 이로인해 비판받는 것은 백프로 부당하다. 


카카오의 여론대처가 미숙했다는 비판은 그나마 수긍할만 하다. 너무 느슨했다.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는 카카오의 처지도 이해가 된다. 카카오를 두고 정치적 대결전선이 형성되었다. 총알과 포탄이 오고가는 최전선에서 카카오는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는 순간 서로에게 향하던 포탄이 카카오에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민한 대응은 쉽지 않다. 여태까지 시민과 권력 사이에서 이렇게 옴싹달싹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기업이 과연 있었을지 의문이다. 


물론 카카오 비판이 긍정적인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가 더욱 보호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권위적인 박근혜 정권의 비민주성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카카오가 치르는 댓가가 너무 크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토종 메시지 기업인 카카오가 치르는 비용은 우리의 비용일 수도 있다. 기업이 잘못하면 망해야 하지만 이렇게 마녀사녕 식으로 망해선 안된다.  


지금 카카오 비판을 주도하는 것은 진보진영이다. 카카오가 신뢰를 저버렸다고 하지만 비판이 잘못되었다면 진보진영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그간 진보진영의 좌충우돌식 권력 비판이 진보진영의 신뢰를 갉아먹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진보진영의 신뢰를 위해서도 카카오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이젠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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