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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기시감을 갖게 한다. 그럴만하다. 주연 배우인 에릭(문정혁)과 정유미는 7년 전 '케세라세라'라는 드라마에서도 커플로 나온 적이 있다.


같은 배우라 기본적인 캐릭터는 그때나 지금이나 유사했다. 캐릭터의 색조가 좀 달랐다고 할까. '연애의 발견'보다 내용이 어두웠던 '케세라세라'가 캐릭터가 좀 더 무거웠고 등장인물들이 처한 형편도 좋지 못했다. 


2007년 당시 이 드라마를 무척이나 재밌게 봤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매력있었다. 갖 연기에 뛰어든 에릭의 눈빛은 강렬했고 정유미의 사랑 앞에 어색해 하는 연기는 그 어떤 한국 여배우들에게서도 못 본 모습이었다.  


'케세라세라'는 불안한 현실 앞에서 사랑을 나누는 젊음의 이야기다. 경쟁 속에 상대를 배제하여 상처를 주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갈구하는 에릭과 정유미는 신자유주의시대의 정점인 2007년의 젊음의 실상이었다.  


연애의 발견은 그 후속편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불안한 연애에 결국 이별을 하게된 2007년의 연인들이 어느 정도 삶을 극복하고 이제 편안한 사랑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항상 눈알을 굴리던 에릭은 이제 주변사람들과 노닥거리는 여유를 찾았고 서툴던 정유미는 연인에게 거침없이 키스를 퍼붓는 귀여운 여인으로 변했다. 


찾아보니 연애의 발견 작가는 정현정이고 케세라세라의 작가는 도현정이다. 같은 작가는 아닌데 우연의 일치로 이름은 같다. 정현정 작가가 나 같은 케세라세라 팬을 위해 연속성 있는 메시지나 대사라도 던져주길 기대한다면 너무 무리한 걸까? 


7년 전 쓴 케세라세라 리뷰를 소개한다. 읽어보면 '연애의 발견'에 더욱 기대가 갈지도 모르겠다.



케세라세라, 연애에는 위치에너지가 있다 - 2007년 4월 2일 포스팅




태주는 상대가 다른 두번의 키스를 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은수와 한 번 했고, 다음날 호텔 스위트룸에서 예린과 또 했다. 키스 장소가 말해주듯 두 키스는 질적으로 다르다. 태주는 은수에게 키스했고, 예린에게는 키스 당했다


두 번의 키스는 세 사람의 위치 관계를 말해준다. 태주는 은수에겐 키스할 수 있었지만 예린에겐 키스 할 수 없다. 키스를 범한 사람이 위에 있다. 태주 위에 예린이 있고 태주 밑에 은수가 있다. 위치에 따라 사랑이 흘러간다. 사랑에도 위치에너지가 있다.


서로 비슷하면 두 사람은 긴장을 많이 한다. 긴장은 애틋한 감정은 쌓아주지만 사랑을 이루어주진 않는다. 긴장이 풀려야 연인간에 침투가 일어나서 사랑이 싹트게 된다. 연하남 커플도 누나 동생 하며 긴장이 풀리면서 이루어지는 사랑이다. 


은수가 태주 앞에 긴장할 건 없다. 나이도 낮고 계급도 낮다. 태주도 예린 앞에서 긴장할 거 없다. 못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기분으로 대하면 된다. 은수와 태주와 예린의 쌍방의 위치차가 이성간의 긴장을 무력화 시킨다. 태주는 귀여운 동생이라 하면 되고, 예린은 잠시 갖고 놀았다고 둘러대면 된다. 피차 상처 받을 것도 없는 연애다.


그 방향이 어떻든 간에 위치차에 의한 긴장의 무력화로 태주와 은수 예린과 태주의 연예는 같은 조건에 있다. 이제 차이는 각자의 연애 전략에서 발생한다.


은수의 전략은 드러내기다. 은수는 자신의 사랑은 하나도 숨기지 않고 태주에게 막 드러낸다. 키스를 한 번 더 해달라고 조르고  술주정에 고백까지 한다. 그것도 모자라 경찰서에 성추행범으로 태주를 고소하면서 국가에까지 둘의 연애사실을 알릴 정도다.


태주는 그런 은수를 놀려먹는다. 놀려먹는다는 것은 긴장이 풀렸다는 것이다. 사랑앞에 폼 잡다 큰 코 다친다. 인간은 사랑앞에 누구나 약자인데 말이다. 긴장이 풀어지면 사랑하게 된다. 태주는 은수를 사랑하게 될것이다.


 


태주는 예린을 약올린다. 압도적인 예린에 대한 약자 태주의 전략은 약올리기다. 은수에겐 키스할 수 있었지만 예린에겐 키스할 수 없다. 드러내기엔 폼 안나고 숨길라니 예린이 또 고수다. 그렇기 때문에 태주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약올리기다.


강자 예린은 자신을 약올리는 조무래기를 잡고 싶어 한다. 그것이 사랑인지 뭔지는 모르나 약이 바짝 오른 상태다. 일단 잡아놓고 봐야 한다. 혼을 낼지 내사람 만들지는 그 다음 결정이다. 사랑인지 아닌지는 잡아봐야 안다. 그래서 예린은 태주에게 키스 했다. 혼내기 전에 까불지 말라고. 그런데 태주는 여전히 까불고 있다.


은수는 태주에게 '드러내기', 태주는 은수 '놀려먹기', 예린은 태주를 '잡으러 가기', 태주는 예린을 '약올리기'. 연애의 4가지 공격 또는 대응 전략이 나왔다. 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전형적인 적절한 전략으로 보인다. 은수 처지엔 드러낼 수밖에 없고, 태주는 그런 은수를 놀려먹고 싶고, 예린은 태주를 잡아 혼내고 싶고, 태주는 못먹는 거 약이나 올리고 싶다.


그럼 사랑은 어디서 이루어질까? 누구나 다 하는 예상이긴 하지만 태주와 은수가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둘 사이엔 긴장의 완화가 두 번 있다. 위치차에 의한 긴장의 완화에 이어 은수의 드러내기 전략에 의한 완화가 한 번 더 있다.


반면 약올리기와 잡으러 가기로 태주와 예린 사이의 긴장은 다시 회복된다. 둘 사이엔 긴장이 잘 안풀어지고 따라서 연애도 잘 안풀리게 된다.


너무 시시한가? 그래서 대책없이 긴장 풀어지는 은수를 위해 작가는 외부 긴장 요소 준혁이를 준비했다. 다음 주부터 준혁이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다. 은수와 태주 사이에 풀어진 긴장을 준혁이 꽉 쪼매어 줄것이다.


한동안 볼만한 드라마 못찾아 방황했는데, 일요일 오후 채널 막돌림증을 이 드라마가 고쳐줄것 같다.


흰색과 회색이 같이 그어진 흔히 보는 아파트 벽이 드라마에선 너무 낯 설었다. 그 벽을 배경으로 키스에 대해 논쟁하는 연인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현관 앞에서 술취해 태주 손을 잡고 뱅뱅 도는 은수의 모습도 자꾸 떠오른다. 


책임지지 못할 키스를 했다며 성추행범이라는 은수의 주장은 일리있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는 말을 듣고 보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형사는 정말 웃겼다. 꼭 다시 보고 싶다. 게시판에서도 난리인데 그가 다시 나오려면 은수가 한 번더 고소해야 한다고 한다. 은수가 또 고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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