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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쟁을 유독 강조하는 사회다.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앞서야 된다는 소리를 아이들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란다. 시험점수 한 점이라도 더 따려고 학생들은 학원에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상점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밤새 불을 켜놓는다.

경쟁은 구성원에게 분배할 생산총량을 증가시키고 경쟁에 참여한 구성원에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분배명분을 주어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인다. 어떻게 생산량을 늘릴 것인가?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경쟁만 도입하면 이 문제들은 자연 해결되는 것이다.

경쟁은 필요하다. 그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경쟁도 도를 넘어서면 그 효율성을 상실한다. 경쟁이 과도해지면 온갖 수단이 동원되는 불공정한 경쟁이 되고 경쟁으로 높아지는 생산보다 경쟁에 동원되어 낭비되는 자원이 더 많아지게 된다.
 
지금 한국의 경쟁이 이런 상태다. 실력이 아니라 점수를 따기 위한 경쟁에 학부모들이 수십조를 지출하고 조금이라도 투자차익이 생길만한 아파트 분양현장엔 수백미터의 줄이 길게 늘어선다. 대기업 총수는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사법부와 정부를 농락한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경쟁에서 잘못된 것은 참여의 배제다. 한국의 경쟁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장이 아니다. 마치 조선시대 양반만 과거시험을 친 것처럼 이 사회는 경쟁참여자를 미리 제한한다.

이러한 참여배제를 구조화 한 게 바로 대학서열화다. 수도권대와 지방대 명문대와 비명문대로 서열화된 대학은 10대를 이제 막 빠져나온 젊은이를 서열화한다. 그들이 대학 졸업할 땐 이미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의 수준이 나눠진다. 지방대출신은 명문대와 수도권대 출신이 갈 수 있는 기업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장벽도 극복하는 게 경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경쟁의욕이 있어야 경쟁도 하는 것이다. 경쟁의욕이 꺽인 20대의 젊은이가 이 장벽을 극복하기란 어렵다. 이건 10대후반의 경쟁 결과가 평생 이어지도록 만들어 경쟁의욕을 미리 꺽는 사회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처럼 경쟁에 뛰어드는 초기부터 경쟁참여자를 배제시키는 나라다. 의무교육 결과만으로 사람이 서열화 되기 시작한다.경쟁참여자는 줄어들고 경쟁은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이걸 경쟁이라며 신성시화 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과거의 지배자들이 종교를 이용해 자신들의 지배적 위치를 합리화 시킨 것처럼 한국은 경쟁을 신성시화 해서 20대에 점거한 우월적 위치를 합리화 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경쟁의 찬양인 것이다.

군가산점안이 국회국방위 통과했다.10년전 위헌판결을 받고 없어졌는데 일부 의원들이 다시 부활을 결의했다. 군제대자에겐 공무원 시험 2%의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 가산점을 시뮬레이션 해보니 공무원 여성합격자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청와대에선 국회의 결의가 시대에 역행한다며 반발했다.  

한국에서 여성들은 취업이 쉽지 않다. 사기업에선 여성을 잘 받지 않는다. 내가 겪은 몇번의 신입사원 시절을 보면 여성합격자는 10%를 조금 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렵게 입사한 그들이지만 결혼하면 또 퇴사 압력을 받아 거의 대부분 회사를 나갔다. 한국에서 경쟁 참여 배제의 최대 희생자는 바로 여성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지방대 출신이다. 내가 졸업할 때 같이 졸업한 여학생이 10명을 넘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지방대에다 여햑생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방대로 한번 배제되고 여자로 두번 배제된다는 것이다.

이런 배제적 환경에서 공무원은 여성이 가장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경쟁의 장이다. 같이 졸업한 여학생들 중 많은 이들이 공무원을 준비했다. 몇명은 합격해서 축하해주기도 했다. 지방대와 여성의 취업환경이 나아지지 않은 지금도 여학생 후배들은 공무원 준비를 많이 할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번 군가산점 부활은 또 한번의 배제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탈출구인 공무원 경쟁에서 그들은 또 배제되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세번째 배제되었다.

경쟁에서 배제된 자들이 가만 있을까? 그들은 다른 곳에서 경쟁의 장을 만든다. 아파트분양현장에 달려가 수백미터의 줄을 서는 경쟁을 하고 자식들 교육을 위해 기러기 아빠 만들기 경쟁을 한다. 경쟁에서 배제된 자들은 이런 식으로 부정적 경쟁을 벌여 사회를 취약하게 할 수 있다.

경쟁을 외치면서 경쟁참여는 배제시키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배제의 문 앞에 줄 세워 배제될 자를 골라내면서 그게 바로 경쟁이라며 감격해하고 있다. 경쟁이 뭔지도 모르는 것들이 경쟁을 떠들고 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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