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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죽었다." 작년 대선 직후 참담한 선거결과에 다들 이렇게 복창했다. 이회창과 이명박 합쳐 65% 가까운 지지율에 진보진영은 공포까지 느꼈다. 그야말로 보수의 처분을 기다리는 듯 한 모습이었다. 이 세월을 어떻게 견딜까 하는 진보의 걱정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반면 이명박당선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신나게 돌아다니고 거침없이 내뱉었다. 거칠 게 없었다. 견제할 힘을 잃은 신당은 제대로 반론조차 못하고 그냥 숨죽이고 있었다. 이대로 총선까지 갈 것 같았다. 한나라당 200석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선 45일이 지난 지금, 인수위와 이명박 당선자에게 승리의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경숙위원장이 처음 인수위 시작할 때 밝은 표정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반면 기죽어 있어야할 진보적 네티즌들은 이명박당선자와 인수위 비판하는 재미에 날새는줄 모른다. 블로고스피어엔 당선자와 인수위를 조롱하는 글이 홍수를 이룬다. 신당도 슬슬 톤을 높이더니 이제 강력한 경고의 목소리까지 날리기 시작한다.

진보가 신이 났다. 당선자와 인수위가 하루라도 안얻어터지는 날이 없으니 새는 웃음 참기가 힘들 정도다. 매일마다 떡밥을 던져주는 인수위와 이명박 당선자 때문에 네티즌과 블로거는 쉴틈이 없다. 언론은 여기에 맞춰 만평과 칼럼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주춤하던 방송도 이제 당선자 비판에 별 꺼려하는 기색이 없다. 진보인사들의 인수위 비판은 연일 포털의 메인을 차지하고 네티즌의 공감 댓글은 넘쳐난다.  

왜 이렇게 급변한 걸까. 곧 죽을 것 같았던 진보가 갑자기 어디서 이런 활력을 되찾은 걸까?

간단하다. 보수가 집권하면서 진보가 하나로 뭉쳤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은 진보의 한 정파다. 모든 진보가 노무현정권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방관하고 일부는 되려 공격했다. 친노라는 진보의 한 정파는 하나로 단합된 보수에 비하면 아주 왜소했다. 이런 노무현정권의 왜소함이 진보의 왜소함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보수의 이명박후보가 당선되면서 진보가 뭉치기 시작했다. 이제 보수를 견제하는 건 한 정파가 아니라 모든 진보세력이다. 호남지역기반의 정치세력과 노동계, 학생, 그리고 인터넷의 친노가 일제히 보수에 날을 세우면서 보수가 상대해야할 대상의 크기는 세배 네배가 되었다.

뭉친 게 다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진보는 많이 성장했다. 그간 증가한 총량이 분열하는 바람에 스스로 실감하지 못했지만 분명 진보는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성장해 나갔다. 이제 10년만의 보수 집권으로 진보는 자신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오랜만에 드러난 진보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커졌다.

혼자 날뛰며 다른 신문들이 눈치보게 했던 조선일보는 이제 조중동의 한 일원이 되었고 조중동은 한 덩어리로 취급된다. 다음날 신문의 만평과 기사 내용은 이제 네티즌과 블로거들이 만들어 내고 있다. 그간 보수세력이 노력했지만 그들은 열성지지자를 오프에서 온라인으로 옮겨놓고 작전만 펼쳤을뿐 확산시키진 못했다. 두개의 공영방송도 보수세력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 진보인사들의 일갈은 연일 포털 메인이고 인수위와 당선자를 조롱하는 라디오디제이의 비판은 인기폭발이다.

보수는 양만 아닌 질도 떨어졌다.

집권에만 몰두하면서 보수정치세력의 기관지화 된 보수언론은 설득력을 잃었다. 보수의 집권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있다. 공격에서 거친 상징조작은 잘해도 방어에서의 정교한 설득력은 갖추진 못한 보수언론은 새로운 정치환경에서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만 되어도 조중동의 얘기라면 콧방귀를 뀔 정도인 그들의 컨텐츠는 지지자 외에는 소비되지 못하는 상품이다. 파급력을 상실한 미디어에서 가치 없는 상품이다.

보수가 대선에서 승리한 후 드러난 미디어의 총체적 환경은 보수의 위축이다. 보수의 집권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수의 질적 양적 열세이다. 10년전 깜짝쇼에서 나아진 게 없는 그들의 통치스타일은 날카로운 진보 앞에 그야말로 밥이 되고있다. 숨막힐 줄 알았던 보수정권이 진보에겐 오히려 즐거울 정도다.

거대하고 무서운 진보 앞에 놓인 집권 보수가 이제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인터넷 앞에 입떼기도 겁내는 그들을 보면 조중동 앞에 있었던 노무현이 차라리 행복해보인다. 진중권씨는 꼭 집권 5년 된 거 같다고 했는데 1년만에 욕하기도 안스러워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든다.

진보가 이렇게 거대할 줄 몰라 당혹스러울 것이다. 조중동이 이정도로 무능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보수가 이렇게 못하는지 이제 알았을 것이다.

보수여 이제라도 분발하라. 진보 앞에 바짝 긴장하고 조중동에 기댈 생각일랑 말고 당신들의 무능도 스스로 체크해보라. 나라를 위해서도 당신들이 너무 무너지면 안된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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