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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는 노무현 때문이다." 11일 한나라 최고위원회에서 안상수원내대표가 했다는 말이다. 취임을 보름도 앞두지 않은 집권(할)당의 원내대표가 할 소리는 아닌 듯 하다. 자신들의 임기 중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고 넘탓부터 먼저 하는 건 곧 국정을 떠맡을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  

사실 책임을 따지자면 한나라당이 더 할 말 없다. 숭례문의 화재 원인은 현재 전기누전과 방화 두 가지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5년 숭례문을 개방했고 그때 야간 조명을 위해 전기시설도 설치했다. 방화범의 접근성을 높이고 누전 환경을 만든 것은 결국 한나라당이 지자체장으로 있는 서울시에서 한 일이다. 화재대처는 현정부에 따지더라도 숭례문을 화재에 노출시킨 1차적인 책임은 숭례문개방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쪽에 묻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정치집단이 집권경쟁을하며 서로를 비판하는 중에 과도한 공격이 나오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될 수 있다. 국민들도 정치인들의 오바를 어느 정도 감안하고 읽는다. 그러나 집권경쟁이 끝났고 정권을 잡았음에도 무리한 비판을 하는 것은 이해 받기 힘들다. 집권당은 공격적 자세보다는 신뢰와 책임감을 먼저 보여야 한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곧 떠나갈 정권에 집권할 당이 삿대질 하는 것은 아무래도 보기 않좋다.

태조 때 지어져 지금까지 이어져온 숭례문이 전소되었다는 사실이 부정적인 징조로 비쳐 새로 출범하는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 10년만에 집권하는 한나라로선 초조한 맘이 들기도 할 것이다. 국보1호의 전소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에 국한에 볼 때 한나라당의 태도가 어느 정도 이해받을 여지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노무현탓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대선 후 일어난 대부분의 사태마다 노무현정권탓으로 돌려버리는 작태를 보여주었다. 매번 이런 식이니 한나라당의 남탓하기가 정권 이양기 때의 미숙함이나 초조함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지지 않는다. 남에게 떠넘긴 한나라로선 속편하겠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차기국정담당자의 모습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습성이 인수위 때만 아니라 집권 후에도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게 된다.
 
국정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노무현정부는 한미fta를 추구하면서 박정희정권 때 수출지향국가로 만들어진 한국으로선 세계화의 물결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하며 국민의동의를 구했다. 노무현정권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노정권이 한미fta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국정의 지속성 때문이었다. 진보든 보수든 국정방향은 90% 이상 같을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정이 크게 변동이 없는 것은 이러한 국정의 지속성 때문이다.

그런데 인수위는 지금까지 국정의 지속성이 별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전 정권부터 지속되고 발전되어 온 국정원칙을 마치 진보정권이 급조한 것처럼 몰아부쳤고 현 정권이 지속 발전시키며 힘들게 지켜온 국정원칙을 모두 뜯어고쳐야할 무가치한 것으로 매도했다.

지금까지 결국 한나라당과 인수위가 보여준 모습은 불안정한 차별화와 무책임한 떠넘기기였다. 인수위와 한나라당은 국정을 올바르게 운영하기 위한 책임감과 원칙보다는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와 떠넘기기를 통한 정치적 이익을 쌓아두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게 앞으로 닥쳐올지 모를 위기상황에서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노무현정권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취임이 이제 보름이 남지 않았다.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누구 탓을 하기보다 책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선거 때나 통용되던 차별화는 이저 그만두고 국정의 올바른 인수를 하기 바란다. 국정은 차별화와 떠넘기기가 아니라는 것 다시 한번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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