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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링컨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하는 정치인을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찾은 것은 성공한 정치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위대한 정치인들은 대개 실패한 정치인들이었다. 김구는 위대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김구를 존경한다고 대답하여 역사에서 정의는 패배한다는 역설적 당위를 뒷받침하고 싶지 않았던 게 노무현 대통령 마음이었다.


저 역시 투표 하루 전날(2000년 4월 총선)만 해도 선거를 승부로 생각했고 승리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개표하는 날 저녁,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링컨의 연설문을 읽는동안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노무현이 만난 링컨 중에서 8p)



노무현 대통령이 링컨을 존경하는 또 다른 이유 하나는 링컨이 전쟁 후 남북으로 갈라진 미국을 성공적으로 통합한 정치인이라는 점이 있다. 링컨은 노예제로 인해 갈라질뻔한 나라를 하나 되게 했고 치열한 내전을 치른 후 남부 미국을 지배하지 않고 자발적 통합을 이끌어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쟁으로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만든 링컨의 통합의 정치를 배우고 싶어했다.

전쟁까지 일으킨 상태에서 통합의 정치라는 게 쉽지는 않다. 승자는 패자가 대가를 치르길 원하고 패자는 승자에 대하 원한이 쌓인다. 이런 미국을 링컨이 통합시킬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러나 링컨은 그 행운을 얻기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야 했다. 링컨의 서거가 양 진영의 대결을 누그러뜨려 화해와 통합을 이루어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전에는 조금 뛰어난 정치인 한 사람이 시대의 흐름과 우연히 맞아서 위인이 된 것으로 난국을 극복한 역량있는 정치인의 하나로 링컨을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연설문을 읽으면서 링컨이 단지 좀 뛰어난 정치인이 아니라 고귀하도고 위대한 사상가이자 정치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노무현이 만난 링컨 중에서 9p)



미실파에게 승리를 거둔 선덕여왕은 이제 둘로 갈라졌던 신국의 통합을 고민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궁궐과 군대엔 미실을 따르던 사람들로 가득하다. 덕만이 한 몸을 바쳐 통합을 외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덕만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선 수천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십년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덕만에게는 링컨보다 더 큰 행운이 있었다. 통합을 위해 죽음을 바친 건 지도자인 덕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었다.

미실은 자신을 구하러 온 병사에겐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라하고 자신을 지키던 부하들에게는 투항할 것을 명령했다. 그러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반란 세력의 구심점인 자신을 스스로 제거하여  통합의 방해물을 치운 것이다. 거기에 또 다른 죽음이 보태졌다. 칠숙과 석품은 미실의 명령이 있음에도 무기를 버리지 않고 덕만에게 너무나 무모하게 맞섰다. 덕만을 죽인다고 달라질 것 없는 두 사람의 저항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들의 죽음은 미실을 따랐던 수천명의 목숨을 살리는데 바쳐졌다.

그러나 미실과 칠숙 석품의 죽음만으로 통합은 완성될 수 없다. 이들의 죽음을 받아 마지막 통합을 완성시킨 것은 역시 덕만이다. 덕만은 부하들에게 투항을 명령한 미실의 명령을 높이 평가하고 칠숙과 석품에게 반란의 죄를 모두 덮어 씌워 반역의 죄를 더 이상 묻지 않고 미실의 사람을 다시 거두었다. 이렇게 해서 신국은 다시 통합되어 여러 세력들이 경쟁을 벌이는 건강한 정치 생태계를 갖추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남이 흘린 땀으로 자기 빵을 얻는 자들이 감히 정의로운 하느님의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를 심판하지 않도록 합시다. 남북 어느 쪽의 기도도 신의 응답을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어느 쪽도 신의 충분한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노무현이 만난 링컨 중에서 링컨의 두번째 취임 연설문 인용 8p)


통합의 과정에서 죽음은 아니지만 덕만에게도 고통이 있었다. 나보다 더 미실에게 당한 사람 있냐고 물을 때 덕만은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에 누구보다 많이 당했음에도 당신과 아들을 그렇게 만든 전두환을 전임 대통령이라고 깍듯이 대접해서 나중에 전두환의 입에서 가장 전임 대통령을 잘 대해준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했다. 통합을 위해 그 많은 고통의 기억들을 그냥 삼켜버린 것이다. 

 미실과 몇  사람의 죽음이 뒷받침하고 스스로 원한의 기억을 삼키면서 덕만은 신라의 통합을 이루어냈다. 모두를 품고서 왕관을 쓴 덕만은 노무현 대통령이 평생을 꾸던 꿈을 이룬 것이다. 이 드라마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정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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