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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선덕여왕은 현 정국을 생각나게 하는 대사들이 많다. 미실이 두려워 주저하는 부모님 앞에서 유신은 "정치가 먼저가 아니라 분노가 먼저"라고 말한다. 유신이 말하는 분노는 현 서거정국에서 민주시민들이 가지는 분노를 떠올리게 한다. 두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분노를 정치와 분리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신을 빌어 말하는 듯 하다.


"우리 집안의 이(利)가 먼저가 아니라 분노가 먼접니다. 정치가 먼저가 아니라 분노가 먼접니다. 미실의 수를 생각하기 전에 분노가 먼저입니다."



천명공주가 죽은 후 마야부인이 미실 앞에서 터뜨리는 분노는 여지없는 노무현 대통령 유서의 인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의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저주처럼 들린다.


네 이년. 네 년도 죽을 것이다. 네 년이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빼앗기고 짓밟히고 혼자서 외로움에 떨다 죽을 것이다. 잠을 자도 잘 수 없고, 먹어도 먹을 수 없고 살아도 살 수 없고, 송장처럼 썩어가다가 비명을 질러도 소리가 나지 않은 채로 죽을 것이다. 비석도 없이, 무덤도 없이, 흔적도 없이 죽으리라~ 하여 역사에 네년의 이름은 단 한글자도 남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상황이 아닌 현 정국의 인물에 대한 상징이 선덕여왕엔 없을까? 다른 건 몰라도 현 정국의 최대 변수인 대통령과 이 정부에 대한 상징은 드라마가 마련해두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촛불집회부터 전국민적 반대를 겪고있고 서거정국에 대해 책임 여론에 직면해 있는 mb정부는 과연 드라마에서 무엇으로 상징되고 있을까?

일단 가장 유력한 배역은 미실이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고 두 대통령의 서거를 상징하는 상황에서 반대쪽에 서 있는 위치로 볼 때 미실이 유력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미실은 잔인하다. 어린 공주들에게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미실의 그 권력은 실제로 명분과 논쟁을 통해서 나온다. 비담과 덕만을 죽일 수 있었지만 미실은 논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그들을 살려주었다. 미실은 적어도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그가 사람을 죽일 때는 명분을 가진 정치에 의해서이다. 이 부분 정치를 낭비라고 보고 항상 정치적이라며 상대를 공격하는 mb정부와 다르다. 미실은 mb정부를 상징하기엔 너무나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미실의 두 남자는 어떨까? 그들도 미실과 마찬가지로 악인들이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린다. 그런데 이 남자들은 최소한의 위엄은 갖추고 있다. 그들의 권력은 거기서 나온다. 그 위엄으로 귀족과 군대를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미실보다는 권력을 좀 더 점잖게 차지하려는 사람들이다. 현 정부 들어 권력자들의 거짓말과 투기 등의 전력은 기본이 되다시피 했다. 이젠 아예 위장전입을 인정하고 청문회장을 나오기도 하는데 몇년 전 상황을 생각해보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위엄이라는 점에서 미실의 남자와 mb정부는 다르다.

미실의 동생 미생은? 미생은 미실의 남자와 달리 욕구를 숨기지않는다. 그래서 천박하다. 그리고 자신의 누나처럼 잔인하고 비열하기도 하다. 그런데 미생은 영리하다. 미실의 많은 술수들이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 미생도 mb정부의 상징을 맡기엔 좀 어긋나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mb정부는 그다지 영리하지 않다. mb정부는 안되면 밀어부치고 그렇게 해서 생기는 대립은 나중에 다시 대처하는 정부다. 미생의 영리하게 돌아가는 눈매와는 좀 맞지 않는 것 같다.

이제 미실의 사람들 중 유력한 배역이 하나 남았다. 미실의 첫째 아들 하종이다. 하종은 그의 엄마처럼 잔인하다. 그의 삼촌처럼 천박하고 비열하다. 그리고 그의 엄마인 미실과 미생이 없는 성향도 있는데 무조건 밀어부치는 무대뽀정신이다. 미실이 상대를 살려주려 할 때면 가장 펄쩍 뛰는 게 하종인데 그냥 죽이면 될 일을 어렵게 간다며 짜증을 낸다. 어머니 미실의 후광으로 후계자를 넘보지만 후계자의 과정에서 쌓은 게 없는 하종은 결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선덕여왕에서 가장 한심한 캐릭터이다.

하종일까? 마지막에 와서 무책임한 말일지 모르지만 '난 모르겠다.' 아직 드라마 상에서 하종이라는 강력한 암시가 나온 적은 없다. 하종이 앞의 후보들에 비해 mb정부와의 차이가 뚜렸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뿐이다.

하종은 최악의 지도자다. 미실과 미생, 미실의 남자들도 좋은 지도자는 아니지만 그들은 말이 통한다. 적어도 제어점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종은 그런 제어점이 없다. 통제불능이다. 이런 지도자는 국가와 스스로를 수렁에 빠트릴 수 있다. 어쨌든 역사에서 하종은 왕이 되지못했다. 신라의 입장에서 참 다행이다. 그래서 신라가 삼국통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하종이 왕이 되었다면 신라는 삼국통일 당했을 수도.

그런데 2009년 한국은 mb정부가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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