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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한 분장…몸개그… 여자도 되거든요(경향신문)


다들 안영미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강유미가 내민 손을 잡아 '고고 세상속으로'에서 간신히 이름을 알린 안영미가 이제 강유미를 넘어서 자신만의 개그를 만들어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코너의 제목인 '분장실의 강선생'의 강선생이 좀 무안해질만했다. 고고 세상속으로 이후 별다른 히트작을 내지 못하다 주목받는 작품 하나 뽑았는데 거기서 안영미의 활약만 돋보이니 말이다.

그러나 3월22일 분장실 강선생 5회 방송분이 나가면서 이런 세간의 평가가 너무 성급했다는 게 드러났다.  지난 4회 동안 코너에 이름만 빌려주고 안영미의 배경역할에 머물렀던 강유미는 5회에서 시청자에게 폭소탄을 안겼다. 그저 무난하게 보였던 강유미의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는 대사는 시청자들을 자지러지게 했고, 이전까지 맹활약을 하던 안영미는 이날 강유미에게 리액션하기 급급했다. 


추한 분장…몸개그… 여자도 되거든요(경향신문)


어떻게 된 걸까? 지난 4회와 다르지 않는 패턴의 연기에다 같은 대사를 실었을 뿐인데 관객의 반응은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강유미가 그동안 자신의 캐릭터 톤을 유지했던 것이 주효했다. 강유미는 안영미가 새는 발음과 아부액션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는 사이 강선생의 톤을 유지하면서 가식적인 선생님 캐릭터를 구축했다. 정말 선생님 입에서 나올 법한 대사와 억양의 반복으로 회를 거듭할 수록 힘이 쌓인 "니들이 고생이 많다."는 대사는 결국 5회에서 폭발하고 만 것이다.


추한 분장…몸개그… 여자도 되거든요(경향신문)


조직에서 더 근원적인 악은 선생님이다. 안영미같은 중간선배들은 선생님의 지시와 기대에 따를 뿐이다. 그렇게 싫은 과장을 부장이나 이사는 좋아하는 걸 봐라. 과장이나 중고참의 괴롭힘은 사실 부장과 선생님이 뒷받침 하는 것이다. 그들은 모른 척 하면서 모든 일을 주시하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가 행여 흐트러지지 않을까 항상 체크한다. 선생님의 여유는 안영미 같은 중간층 대리권력자의 희생 위에 만들어 진 것이다. 

강선생이 코너 내내 연발하는 "니들이 고생이 많다."는 대사는 사실 아래 사람을 챙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자인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함이다. 강선생이 그 말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아래는 반응을 해야하고 강선생은 그 반응에서 깍듯함을 체크한다. 강선생은 대사를 던지면서 계속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강유미의 "니들이 고생이 많다."는 대사는 아닌 척 하면서도 은밀히 권력의 끈을 조이는 상층부 권력의 위선을 풍자했다. 시청자는 22일 방송된 5회에서 강선생이 풍자하는 그 의미를 알아채고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4회까지 안영미를 통해 중간권력자의 오버와 악행의 풍자에서 웃었던 시청자들은 5회에서는 강유미를 통해서 그 뒤에 숨어있는 부장이나 이사, 또는 시아버지를 떠올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안영미 캐릭터가 지구력이 없을 거란 걱정이 있었는데 강유미가 적절한 시기에 잘 치고 나온 것 같다. 더 근원적이고 위선적인 악을 풍자하는 강선생 캐릭터는 깊이있는 웃음으로 코너에 무게감을 더할 것이다. 강유미의 웃음이 확인되면서 코너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코너가 쉽게 웃음의 바닥을 드러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5회만에 강유미가 안영미를 제압해버렸다. 천천히 임계점을 만들어간 강유미의 멋진 성공이다. 이제 강선생 코너는 주인을 제대로 찾았고 이 코너의 유행어는 '이거뜨라'에서 '니들이 고생이 많다'로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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