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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9일) 밤 술이 한잔 생각났습니다다. 막걸리와 맥주에다 두부를 사서 술상을 차렸습니다. 혼자 먹으려니 심심했습니다. 그리고 저걸 다먹으면 아침에 약간 술기운이 남습니다. 술자리의 흥(?)을 돋구고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 안방에 자러간다는 아내의 츄리닝 끄댕이를 붙잡아 앉혀 술을 따라주었습니다. 나는 막걸리 지는 맥주.




밤 12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테레비를 틀었는데 백분토론이 나왔습니다. 월요일이 엇그젠데 벌써 목요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백분토론을 아예 안봅니다. 말이 죽은 세상인데 논쟁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잘 떠들어봐야 이 시대엔 잡소리일 뿐입니다. '쓸데없이 입고생만 하고 앉아들 있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뭔 입고생들을 하나 잠시 들어봤습니다.




그걸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클릭수 조작으로 수색 당한 네티즌 사건에 대한 논쟁이었습니다. 참 기가막혔습니다. 저게 논쟁꺼리가 되냐 말입니다. 입에서 바로 쌍욕이 튀어 나왔습니다. 그러자 아내가 '뭔데그라노?' 하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제가 분이 삭혀지지 않는 목소리로 뭘 토론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다 듣고나더니 이번엔 아내가 화를 냈습니다.
 
"진짜가? 정말 조회수 조작했다고 경찰이 왔단 말이가? 그게 무슨 토론할 꺼리가나 되나? 국민이 바본줄 아나? 우리가 초등생이가? 조회수 조작했다고 조사받게."

조회수 조작을 수사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황당한 수사가 논쟁꺼리가 될 수 있습니까? 마치 사기범이 자신의 사기의 정당성을 두고 사기 피해자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걸 보는 느낌입니다. 조회수조작을 수사한 것은 비판꺼리도 못되는 조롱꺼리입니다. 백분토론은 이 우스운 짓거리를 논쟁의 장에 올려 논쟁의 한쪽이라는 자격을 선사하고 있었던 겁니다. 백분토론이 패악질에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고 있는 겁니다.




경찰을 옹호하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는지 애써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경찰대학교에 나온 교수(세번째 사진 김종률의원 맞은편에 있는 분)는 표정관리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시민논객이 추궁했는데 이 분은 예전에 지금의 입장과 다른 주장을 했었습니다. 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나라당에서 나오신 이 분은 좀 버벅거렸습니다. 말이 앞뒤가 맞춰지지 않아 그런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분 뒤에서 열심히 필기하는 여성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분의 샸이 나오길 기다린 것은 순전히 뒤에 저 여성분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황당한 논쟁을 그래도 30분 넘게 지켜본 것은 시민논쟁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분이 이 날의 최고로 멋진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략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회수조작 논문표절 중 어느 게 더 중한 죄냐? 내가 보기에 논문표절이 더 공익을 해치는 중죄다. 그런데 이 정권은 조회수 조작한 네티즌은 수사하면서 논문표절한 사람은 장관으로 앉히고 있다."

"나이스! 나이스!"

제가 너무 감동해서 술한잔 돈 상태에서 혀꼴부라지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전화를 주신 시민논객이 또 멋진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략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10개 판 사과장수가 손님에게 100개 팔리는 잘팔리는 사과라고 거짓말하고 사과를 팔았다. 이 사과장수가 수사 받아야 하는가? 지금 조회수 조작한 네티즌 수사한 것이 바로 이거다."

"베리굿 베리굿"

아 감동의 연속. 시민논객 최고였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토론이었지만 시민논객들의 명언들이 있어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간혹 재미도 주었습니다. 송호창 변호사 뒤에 계신 여성분께서 조시는 모습을 연출하여 웃음을 주셨습니다. 얼마나 조셨냐면 고개가 앞뒤로 휘어청 젖혀졌습니다. 한동안 송호창변호사 샷이 안나왔었더랬습니다. 이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택도 아인 걸로 논쟁을 하고 자빠졌으니 잠이 안오겠습니까?

손석희선생께 제안 드립니다. 당분간 이 정권의 뻘짓이 계속 이어지는 이 상황에선 백분토론은 그만 접었으면 합니다. 그냥 아침에 인터뷰만 하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말도 안되는 걸 가지고 논쟁이랍시고 하는 꼴 정말 못보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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