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초반엔 좀 산만한 감이 있어 짜증이 났었다 사건의 주요 조각들을 시작하자마자 막 뿌려대는데 정신이 없었다 객석 여기 저기 시작부터 들썩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중심이 없이 파닥거리기만 하는 극 초반의 불안정함은 차승원이 등장하고도 10여분이 지날 때까지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번지점프에서도 김대승 감독은 극 초반 약간 불안감을 주기도 했던 기억이 났다 아무래도 이 감독이 초반 기선제압은 좀 약하지 않나 싶다 시작부분에 관점을 고정시켜줄 토대가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아쉽다 특히 이후 극의 완성도가 뛰어났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초반 사건과 인물들의 도입 부분 이후 극은 어느 순간 제 궤도를 타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관객들은 영화를 쫒아가기 시작했다 뿌려졌던 조각들은 하나 둘씩 퍼즐에맞춰지며 통쾌함을 안기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영화에 실망은 없었다 모든 것들은 절정을 향해 톱니바퀴 맞물리듯 치달렸고 한 두번의 숨고름을 거쳐 관객과 숨을 맞춘 영화는 거의 일치된 순간에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인권(박용우)의 사랑이 드러나는 장면에선 감정이 벅차진다 갑자기 드러난 그 사랑에 공감해선 아닐것이다 이야기 전개의 그 후련한 맞물림이 아마 상승작용을 일으킨것같다 번지점프에서 보여줬던 그 일부분 추리극 솜씨가 혈의누에서 제대로 발휘되었다 보시면 된다 이은주와 이병헌이 기차역에서 뛰어가는 장면과 인권의 장면은 거의 정확히 같은 종류의 감동이다
영화의 철학은 "번지점프..."의 동성애처럼 약간은 일반적이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성역시 하는 민중 혹은 민심이라는 것, 지배 엘리트의 이기주의나 잘못된 자기확신을 항상 나무라는 그 민중이 사실은 우리가 잘못알고 잇다는 것이다 엘리트들의 이기주의나 자기확신 등은 실제론 어디로 튈지 몰라 다루기 힘든 무서운 민심을 따르고 부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겉모습일 뿐이라는 것이다 괴물은 혹독한 지배자가 아니라 바로 그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이는 민심이라는 것이다
영화에는 이 민심이란 괴물을 다루는 두 엘리트가 나온다 하나는 고대의 엘리트인 무당이고 다른 하나는 19세기 현재의 엘리트 유교통치자들이다 수사관인 원균은 무당 만신과 민심을 다루는 방식에서 대립한다 무당은 귀신이라는 초월적 존재를 가정하고 민중들을 다스리고 원규는 그 비과학성을 비판하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통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원규도 최종적으로는 귀신이든 이념이든 초월적 존재를 가정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무당보다 더 우월적 존재라고 알고있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일 뿐이다 문제는 누가 더 효율적으로 지배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배엘리트들의 이기적인 판단이 사건을 만들었다 생각하던 원규는 그러나 그 사건이 자신이 엘리트의 이념적 근거로 삼는 아버지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란 걸 알고 충격을 받는다 왜 그랬을까 그토록 민심을 떠받들고 옳을 길을 걸어오셨다는 그분이 왜 죄없는 사람들을 죽였을까 감독이 엘리트의 이중성을 고발하고자 하는거란 말인가 반전은 맨 마지막에 나온다
그의 아버지와 김치성은 무당처럼 민심을 위무하기 위해 그랬던 것일뿐이다 그리고 목적처럼 그 방법 또한 만신 무당과 차별성이 없다 무당은 귀신에 씌워줄 부적을 주고 유교지배자인 김치성은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 결국 역사라는 것은 이 괴물같은 민심을 누가 더 위무 잘하느냐에 판가름 났다는 것이다 엘리트들은 만신무당이 그렇듯이 항상 민심앞에서 고민을 해왔고 그렇게해서 최초 무당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작품이 나온것이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더 달라고 하는 게 백성들"이라서 잘해주면 안된다고 인권은 말한다 강객주의 사건을 지켜본 그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규가 백성들에게 곶간을 내어주어야한다고 했을 때 인권은 기가차 웃을 수 밖에없었을것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물정 모르는 인규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고 두호를 처단하다 인규의 총에 맞아죽는다 만약 원규가 그 잔인한 민초들의 모습을 이전에 보았더라면 인권을 살릴 쓸만한 말을 할수 있었을런지 모른다 원규가 감동받았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걸 알지못하는 그에게 인권의 마지막 상황은 역부족이었다
승자는 무당이다 동화도의 상황에서 가장 민중을 효율적으로 위무한 자는 고대의 엘리트 무당이다 김치성도 원규도 실패했다 동화도는 앞으로 당분간 만신무당이 지배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 정말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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